농촌사회의 구심점 역할은 누가 뭐래도 마을초등학교의 몫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삼촌, 고모 등 직계가족이 한 학교출신이라는 공통점만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게 해줄 고리는 없다.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고, 그 곳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며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의 아이가 다시 그 학교를 가서 어른이 되는 순환을 통해 지역사회는 공동체로서의 결속감과 강한 동질의식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

농업·농촌을 더욱 어렵게 하는 상황은 마을의 중심광장인 학교가 대책 없이 폐교되는 현실 탓이기도 하다. 결국 학교를 살리는 길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는 관점에서 충남 금산군의 상곡초등학교는 학교 살리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전교생 17명에 교직원이라곤 5명에 불과한 이 학교가 매주 월·화요일에 샤워장을 개조한 무료 공중목욕탕을 주민에게 개방하여 마을 사랑방을 만든 것이다.

할아버지 등을 미는 손자는 아버지에게 등을 맡기고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등을 밀면서 웃음꽃 피우는 3대 사이에 세대차가 끼어들 틈이 없다. 손자는 아버지를 통해 할아버지에 대한 효를 배우고, 아버지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서 나눔을 가르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인생학원이 설립된 것이다. 오로지 지식습득만을 위한 교육보다는 이런 인성습득을 위한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약간의 예산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의지가 빚어낸 목욕탕은 학교라는 공동의 광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모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학교는 그래서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장엔진이다. 엔진이 힘차게 움직이면 활력이 생기고, 미래를 책임질 소년·소녀들의 해맑은 웃음이 그 엔진에 에너지를 충만 시켜 건강한 사회의 초석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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