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자문회의 보고서

농촌사회의 고령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진행된다면 2020년쯤에는 농가 중심의 농촌사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국제결혼의 확산으로 이때쯤이면 19세 미만 농가 인구의 절반가량이 다문화 자녀로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농촌 다문화 후계세대 육성 방안 연구’ 및 ‘2008년 여성 농업인 실태 조사’ 등 2건의 보고서를 10일 ‘여성 농업인 육성정책 자문회의’에 앞서 발표했다.

2020년이면 농촌사회 사라질 수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농촌으로 이주해온 농촌 여성 결혼이민자 중 남편이 농업인인 4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베트남 출신이 4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25%, 필리핀 12%, 일본 8%, 캄보디아 6% 순이었다.

이 가운데 69.9%가 35세 미만이었다. 전체 여성 농업인 중 39세 이하 비중이 2.8%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캄보디아 출신의 73.0%, 베트남 출신의 61.3%가 25세 미만으로 이들 국가 출신들이 더 젊었다.

남편과의 연령 차이는 평균 12.6살이었고 이들의 57.0%가 고졸 이상이어서 전체 여성 농업인 가운데 고졸 이상 학력자 비율(11%)보다 크게 높았다.

그러나 이들의 76.1%는 연평균 농축산물 판매액이 2천만원 이하로 비슷한 연령대(40세 이하) 국내 여성 농업인들보다 소득 수준이 낮았다. 2020년까지 농가 인구를 추계한 결과 2005년 343만명(전국 인구의 7.3%)이던 농가 인구는 2010년 296만명(6.1%), 2015년 260만명(5.3%), 2020년 234만명(4.7%)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 갈수록 성비(남성/여성 비율)는 높아져 2020년이면 30〜34세 농가 인구의 성비는 2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남성 2명당 여성 1명꼴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농가의 고령화가 심화돼 2020년이면 인구 피라미드가 60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인구 구조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비롯해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지속적인 감소로 농가 중심의 농촌 사회가 사라지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주 여성 농업인도 갈수록 늘어 2020년이면 7만4천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농가 인구 중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의 평균 가임율 등을 적용해 자녀를 1~2명 낳을 경우 자녀 수는 2005년 6천258〜1만2천516명, 2010년 2만2천185〜4만4천370명, 2020년 6만5천165〜13만331명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19세 미만 농가 인구에서 다문화 자녀의 비중은 2005년 1.3〜2.5%에서 2020년이면 24.5〜49.0%까지 증가하게 된다. 19세 미만 인구 중 절반가량이 다문화 자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15년 후 농가 인구구조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새로운 젊은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 한 농촌사회 자체가 사라지거나 농업 중심의 농촌과 다른 형태의 사회로 대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영농에 종사할 수 있는 30〜40대 이주 여성 농업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기초 영농 교육, 직업능력 개발 교육, 농외소득 활동 지원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농업인 고령화, 빈곤도 문제

보고서들에 따르면 여성 농업인 중 60대 이상 고령농의 비중은 2003년 50.4%에서 2008년 60.4%로 10%포인트 높아진 반면 40대 이하 젊은 여성 농업인 비중은 22.6%에서 13.5%로 9.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39세 이하 여성 농업인의 비율은 고작 2.8%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70대 이상이 26.8%, 60대가 33.6%, 50대가 26.0%, 40대가 10.7%였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농촌에 새로 유입된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 농업인이 거의 없어 여성 농업인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70대 이상 여성 농업인은 42.9%(173명)가 남편과 사별한 상태였고 이 중 70.5%(122명)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었다.
이들 독거노인은 경제적 빈곤도 심각했다. 83.6%가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500만원 미만이었고 77.1%가 한 달 가계 지출이 50만원 미만이었다. 경작 면적도 평균 0.43㏊에 불과했다.

여성 농업인 명의의 농지가 있는 농가는 21.3%에 불과했고 면적 기준으로 보면 여성 농업인 소유 농지의 비중은 16.3%로 더 낮았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고령 독거 여성 농업인 소유였고 농가 경영주가 아닌 여성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는 전체의 8.3%로 더 낮았다.
여성 농업인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농번기에 8.92시간, 농한기에 1.65시간이었다. 연 평균으로는 8.59시간이었다.

농업 외 소득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농업인은 전체의 13.1%에 그쳤다.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농가의 57%가 이들을 보육시설에 보내고 있었으며 92%가 앞으로도 농촌에 계속 살겠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그 이유로 ‘농사 일이 힘들어서’를 꼽았다.

보고서는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을수록 농촌 거주 의사가 낮았다”며 “앞으로 젊은 연령층이 살고 싶은 농업.농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농촌 사회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 농업인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로는 복지시설 및 제도 확대(38.7%), 노동 부담 경감(28.2%),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10.3%) 등이 꼽혔다.

농식품부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2010년 수립할 제3차 여성 농입인 육성 기본계획(2011〜2015년)에 반영해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 삶의 질 제고, 전문 인력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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