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해 상담한 가정폭력행위자 96명에 대한 상담 통계를 분석, 발표했다.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 중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94.8%(91명)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폭력 행사 원인으로 음주가 30.8%(51건)로 가장 많았다.

음주가 차지했던 원인이 작년에는 6.7%(5건)에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불과 1년 만에 대폭 상승한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사회적·경제적 절망감을 술로 풀려는 사람이 늘어났고, 음주에 관해서는 매우 관대한 사회문화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음주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나,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핑계가 통용되고, 대부분의 경우에 이해를 해주는 게 우리네 정서다. 이러다보니 반복적 실수가 되풀이되고 어느덧 습관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음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큰 문제지만, 습관화될 소지가 다분한 가정 내 폭력은 자칫 잘못하면 가정을 파탄내고 사회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술에 관한 문제는 역사 이래 계속되는 화두다. 적당히 마시면 약주가 되고, 지나치면 독주가 되는 게 술이다. 모든 개인사를 술독에 빠져 해결하려 한다면 세상은 미처 돌아갈는지 모른다. 살아가는 일에는 언제나 고통과 번민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술에 의존하는 습관은 개인의 파멸과 사회적 냉대만이 따를 뿐이다.

술이 갖고 있는 순기능을 살리는 개인의 지혜가 필요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음주에 관해 엄격한 잣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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