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여자가 더 잘아요”, “사이버 홍보로 주부입맛 잡아”

“주방에서도 로마를 꿈꿔라”

얼핏 들으면  쌩뚱맞은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이 말은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 위치한 민간 미곡처리장(RPC)인 독정미곡종합처리장(www.janganrice.net) 김미혜씨(44)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다.
명함에서도 떡하니 ‘e-Business’라고 써놓은 김미혜씨의 업무는 홈페이지 관리자이며 독정RPC에서 생산되는 ‘경기미(米’)의 전자상거래를 총책임하는 담당자다.

김미혜씨가 몸담고 있는 독정RPC는 자체대표 브랜드인 ‘이슬찬미’을 비롯해 ‘햇살드리(화성공동브랜드)’, 솔바람표추청미’, ‘행복이 든’ 등을 생산유통하고 있는 방앗간이다.
5년전 밥만 하는 주부에서 과감히 벗어나 지금은 경기도민의 밥맛을 홍보하는 홍보대사로 살아가는 김미혜씨의 주방에서부터 로마를 꿈꾼 혁신스토리를 들어봤다.
 
밥해 주던 아줌마에서 전자상거래 전문가로 변신

“주방에서도 로마를 꿈꿔라” 김미혜씨는 경기도 수원이 고향으로 지난 1990년 결혼과 함께 현재 화성시 독정리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다. 결혼 후 10년간은 직원들을 밥해주고, 아이키우고 빨래하는 그야말로 전업주부였다. 늘 주방에서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김미혜씨에게 어느 날 방송에서 들린 한마디가 바로 “주방에서도 로마를 꿈꿔라”였다고 한다.

“결혼하고 10년 정도 지나니 늘 밥만 해주는 여자로 살고 있는 시간이 일상에서 무엇인가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였어요. 그러던 중 라디오에서 들린 한 마디가 인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다소 외진 곳이라 아이들 컴퓨터 교육을 방문강사를 통해 했어야 했는데 그 때 어깨너머로 보면서 자연스레 간단한 정보검색 수준의 컴퓨터 활용법을 익혔다고 한다.

“그때는 PC통신 시절이었는데 검색부터 시작한 컴퓨터 공부가 나중에는 한글, 엑셀, 포토샵까지 배우는 계기가 됐어요. 엑셀과 한글을 배운 것은 미래에 사업이 확장되고 사무직원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준비단계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방앗간이 미곡처리장규모로 확장되면서 엑셀을 이용해 그때까지 손으로 정리하던 장부에서 컴퓨터 프로그램화된 장부를 기장하게 됐고 신고 장부는 엑셀을 이용해 손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컴퓨터 교육과정과 같은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도 본인은 직원들 식사 준비를 챙겨주는 간단한 일만 했을 것이라는 김미혜씨는 항상 “준비 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온다”라고 말한다.

또 2002년도에 경기도청에서 농업인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면서 전자상거래용 홈페이지를 운영하게 되며 본격적으로 방앗간 업무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홍보용 홈페이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문업체를 통해서 제작을 했지만 그 홈페이지는 실패를 했어요. 다행히 한 번 접해본 홈페이지라 경기도에서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매우 기뻤어요.”

‘금맥’같은 전자상거래 시장

독정RPC의 대표는 배병희씨(74)로 김미혜씨의 시아버지다. 1983년도 안면도에서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로 이주하면서 인수한 소규모 시골 방앗간은 배병희 대표가 1995년 정미소 증축, 2002년 1일 건조량 150톤 산물벼(조선기, 호퍼스케일, 건조기 13대)시설 완공 등 점차 규모를 넓히면서 지금은 온 가족이 분업을 해야 할 정도의 규모로 발전해 있다.

특히 2003년에는 민간자체조성 미곡종합처리장으로 승인을 받으면서 김미혜씨가 전자상거래 파트를 맡고 있다고 한다. 김미혜씨의 능력은 방앗간이 갈수록 규모화 되면서 그 동안 주방일을 겸하면서 눈치 보며 받으러 다녔던 농업인 교육이 빛을 발휘한 셈이다.

“시아버님부터 남편, 시동생들이 각자 맡은 파트가 있어요. 예를 들면 시아버님과 남편은 총괄적인 경영을 하고 있고, 시동생은 사무, 쌀운반, 직접 농사를 지으며 영농업무를 각각 맡고 있어요. 저도 그 틈에서 전자상거래를 맡고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김미혜씨도 처음 홈페이지 운영을 맡았을 때는 매출이 저조하고 운영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2004년도에 농업인 홈페이지경진대회에서 전자상거래부문 최우수상인 농림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2007년에는 농업인 정보화촉진대회에서 UCC컨테스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이를 계기로 2007년에는 MBC창사 축하 선물로 방앗간에서 생산한 쌀을 500여 곳에 택배로 발송해 9천500만원 상당의 전자상거래 실적도 올리게 되는 등 부지런한 홈페이지 관리와 홍보가 지금 독정RPC 홍보와 신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경기도사이버농업인 ‘김미혜’

“홈페이지의 활용은 농업인들과 농가의 신뢰성을 만들고 유통업체 연결과 판매 및 홍보 큰 도움이 되요.”
김미혜씨는 정보화 활동을 통해 얻는 농업기술과 인적네트워크는 홈페이지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경기도 사이버 농업인 연구회(www.ikgfarm.com)에서 4년째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김미혜씨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농업인이라면 각 시군센터의 품목별 연구회 사이버농업인 단체에 가입해 필요한 무상으로 정보화교육을 받으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김미혜씨는 블로그(일종의 컴퓨터 일기장)를 운영해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현재 김미혜씨는 블로그 ‘독정리 쌀방앗간 며느리의 인생 이야기(http://blog.daum.net/jangan-ssal/)’와 (http://blog.naver.com/janganrice)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네티즌 조회건수는 1주일에 2천~3천건으로 잘나가는 파워블로그(인터넷상에서 활약이 많은 블로그)에는 못 미치지만 농촌이 가진 푸근한 정서를 바탕으로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내용이 알차고 활약이 꾸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주부 블로거 기자단’의 한사람으로 뽑혔으며, 지난 2월 발렌타인데이 때 만들었던 ‘초코떡’은 장태평 농식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호평을 들었을 정도라고 한다.

여성농업인 신문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농업의 현장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하는 여성농업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이를 통해 단순 노동만이 아닌 자기 실현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면 좋겠다”라며 덧붙여 “ 자신을 위해 작은 것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할려고 하는 창출하는 열정을 갖기 바라며 이 글을 보고 나처럼 부엌에서도 로마를 꿈꿔라 라고 들은것처럼 이 지면을 통해 열정을 창출하는 여성농업인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쌀은 우리 ‘경기미(米)’가 최고

독정RPC는 지난 해 경기미(米)의 명성을 되찾는 프로젝트 ‘G+라이스’혁신단지 사업에 경기도 민간 RPC중 유일하게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화성기술센터, 지역 농가들과 함께 참여했다.

G+라이스는 품질기준이 완전미율 97%, 단백질함량 6.3%, 품종 혼입율 6%이하일 정도로 선발기준이 까다롭다.
경기농업기술원과 화성농업기술센터의 농업기술 이전 아래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벼 품종인 ‘추청’과 ‘고시히카리’를 지역 농가에 위탁 재배했고 최고 품질의 쌀 생산을 했다.

김미혜씨는 “‘경기미(米)’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며 이 사업이 농가에 도움이 되어 서로 상생하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최고의 품질 경기米 생산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 쌀을 사랑해야만 우리 농업인이 살아남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독정RPC 김미혜씨

“전자상거래 통해 세상 밖으로”

김미혜씨는 지난 2007년 농촌진흥청이 농업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2007 농업인 정보화촉진대회’의 UCC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쁠 수가’라는 제목을 단 김미혜씨의 UCC는 그녀가 그 동안 사이버농업인 단체 활동을 하면서 경기도 사이버 농업인들의 현장에서 영농을 하며 사이버 단체 활동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담긴 40여 장의 사진을 편집한 것으로 모내기가 끝난 벼에 맺힌 이슬에서 출발한 영상은 풍요로운 이삭이 가득한 들녘의 정경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김미혜씨가 처음부터 인터넷과 UCC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농업인 홈페이지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계기로 경기도 사이버 농업인 연구회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사이버연구회와 미곡종합처리장의 홈페이지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하면 농작물의 효과적인 유통과 홍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생산한 쌀이 이곳 남양황라와 화성지역에서 생산한 것이라는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일과 생산과정 및 도정 후 판매, 사후관리까지 인터넷으로 가능했어요. 많은 정보를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는 UCC도 그런 측면에서 배우고 활용하게 됐죠”

“몇 년 후에 자유무역으로 수출입이 개방되면 쌀은 이제 하나의 단순 농산물이기전에 국민의 안전 먹을거리이며 건강을 지키는 식품이 됐다”고 말하는 김미혜씨는 “도시소비자들이 쌀을 다량 소비하는 업체에서는 국산 쌀이 수입쌀에 비해 비싸다 생각해 외면하지 말고 우리나라 미래을 위해, 내 가족 나라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우리 농업인들이 생산하는 쌀을 많이 소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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