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신림, “땅만 보면 답답합니다”

오이 종자를 심어놓은 밭은 여기 저기 뻐끔뻐끔하고, 밭주인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쯤, 정적으로 휩싸인 밭은 허탈한 표정의 밭주인만 오갈 뿐, 자포자기  상태라서 그런지 오히려 고요하다.

2일 강원 원주시 신림면 전역에 직경 2~2.5㎝의 우박이 집중적으로 내려 237여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원주시 신림면에 따르면 이번 우박으로 인해 피해는 직접적 피해는 물론 간접적 피해인 냉해까지 겹쳐 피해농가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피해액 추산이 어렵다고. 이곳에서 오이와 옥수수 농사를 짓는 석봉호(55·원주새벽시장회장)에게도 1천만원이 넘는 피해를 고스란히 현장의 상처로 남은 것.
석봉호씨는 기자의 물음에 얼굴을 돌리며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잠시 후 말문을 연 그는 “태어나서 이런 피해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모종을 심은 오이와 옥수수는 부지런히 키워서 출하를 해야하는데 갑작스런 피해를 당해 너무 허무하다”고 말하면서 관계당국의 빠른 조치를 당부했다.

또 “이런 일은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원인도 모를 일이 우리 농장에서 벌어져 허망하다”면서 “1년동안 먹고 살 돈은 고사하고, 종자까지 구하기 힘들어 다 갈아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염준수 농촌지도자중앙회수석부회장(전 원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장)도 “원인 조사가 끝나도 보상이 시가대로 나올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하며 “농가들은 대부분 계약재배를 하고 있어 거래처 신뢰까지 잃어 속된말로 죽을 맛”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염준수 수석부회장은 농촌지도중앙회를 대표해 성금을 전달했다. 전달하는 염준수 수석부회장과 석봉호씨의 눈빛에는 “기운내세요”와 “기운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듯 했다.

한편 신림면 측은 “빗발치는 듯 들어오는 피해소식에 모든 일을 접고 피해현황 파악에 전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피해현황을 빠르게 파악함은 물론 상부기관에서 신속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원도 재난상황실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춘천, 원주, 횡성, 영월 등 4개 시.군에 0.3~1.5㎝ 크기의 우박이 떨어져 옥수수와 담배 등 20㏊의 농작물 피해가 났다. 또 이번 우박피해는 농작물만이 아니라 주택 및 축사에도 해당돼 그 피해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 지역 농가들을 위한 빠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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