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호  농촌지도자부산광역시연합회 회장

농업인은 항상 불안속에 힘들어하고 있다. 농사가 잘 되어 풍년도 걱정, 흉년이 되어도 걱정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농사용 유류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경영비 맞추기에 힘들어하고, 비료값이 올라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고 푸념이다. 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4대강 개발이다 어쩌다 해서 농촌은 온통 뒤숭숭하다.
그것뿐인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농업정책은 일관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농업은 1차 산업이니 어쩌니 하면서 홀대를 하고, 담당하는 부서조차 줄어들고 없어지니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또 어떤 정권에서는 자동차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고 막말을 하질 않나, 농약 · 종묘회사까지 외국회사로 다 팔아버리고….
어디를 믿어야 할지 기대 곳 없는 그곳이 농업, 농촌의 현주소다.
40여년 농사를 지어오면서 마음 편한 날 없었다. ‘農者天下之大本’이라 생각하고 오로지 농사만 지어온 삶이 어쩌면 서글프기도 하다. 내가 농사를 잘 짓고 있으니 누가 알아주고 봐달라고 했나. 농산물 비싸게 사달라고 했나. 융자금 많이 달라고 했나….
아니다 믿음을 주지 못했고, 농업· 농촌에 대한 미래 희망과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1차 산업인 농업을 가공 개발하여 3차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농업, 농촌에 새로운 정책을 내놓겠다 했지만 가시적인 것이 별로 없다. 아니 서두르다 보니 농업인은 오히려 불편하고 힘들기만 하다.
교육 정책이 백년대계라면 농업정책은 만년대계이어야 한다. 우리 후손이 천년만년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려깊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농업인은 물론, 농업을 쳐다보고 걱정하는 도시민도 안심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농업현장에서 느끼는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농산물 가공에 따른 법적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인이 농산물을 가공하여 팔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가공, 판매에 따른 법이 까다로워 농업인이 추진함에 있어 애로가 많다. 1차 산업을 가공, 개발하여 3차 산업으로 변환하여 농가소득에 직접적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농업인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보다 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법적 보완과 가공기술, 포장재 개발 등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직접지불제의 보완적 장치가 필요하다.

농업인의 농사 지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여 소득증대를 위하고자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졸속적으로 추진하다보니 ‘법 따로 현실 따로’가 되어 버렸다. 도시 땅 주인에게 땅 빼앗겨 농사 못 짓고, 농사를 짓더라도 직접지불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장 공청회를 통하여 농업인들이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셋째, 농업인에 실질적인 면세유, 기타 지원금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규모 농업회사를 설립하고, 농업회의소를 설치해서 농업인에게 컨설팅과 교육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실제 농업인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당장 내일 농사를 지어야 할 기름이 없는데 무슨 대규모 농업회사와 컨설팅에 의미를 둘 것인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해답을 찾고 풀어나가길 바란다.
넷째, 한미 FTA 및 다자간 FTA 체결시 농업인의 입장에서 한 번만이라도 제고를 하고 추진해 달라는 것이다.

국가간 개방화되고 국제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FTA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가장 근본이 되는 1차 산업이 무너지면 2차, 3차 산업 역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 나라도 농업을 경시하고 잘 사는 나라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FTA를 추진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작목에 대한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도시농업, 소비자농업이 대세라면 추진 매뉴얼과 지원 대책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70~90년대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거치면서 농업, 농촌 발전을 위해  매진했던 것이 주된 농촌진흥사업이라면 2000년이 지나면서 특·광역시농업기술센터가 먼저 추진한 것은 도시농업, 소비자농업 부분일 것이다. 도시소비자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업측면에서도 농··소·정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여 소비자와 호흡을 같이 해왔다. 굳이 고객이 왕이라는 표현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제 농업에 있어 도시소비자는 동반자로서의 인식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소·정 사업 뿐 만아니라 체험활동, 도심학교운영, 주말농장, 베란다텃밭 등 다양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도시소비자와 함께 하고 중앙단위의 지원을 더 많이 늘려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농사를 짓고 농업인단체장을 역임하면서 농업인들이 요구하고 불평이 많은 내용들 중 몇 가지를 요약해 보았다. 물론 개인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광역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그래도 농업인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왔고, 자녀도 키워왔지만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나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내일, 내년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는 우리 농업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정책과 일관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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