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도자회는 농업인단체의 맏형격으로 늘 굳은일을 도맡아하는 단체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맏형’이라는 어감에서 느끼듯이 강하고 활기차다. 하지만 최근 농촌지도자회에서는 여성회원들이 가세해 남성의 강함에 여성의 부드러움을 겸비하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충남 금산군농촌지도자회는 10개 읍에 여성부회장 직함이 있을 정도로 여성농업인들의 활동이 활발한데 김종숙(47) 여성부회장은 여성농업인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금산군 자택에서 만난 김종숙 부회장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갖춘 여성농업인이었다.

“‘농업인’하면 왠지 모르게 일반 직업과는 달리, 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연의 흐름을 잘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힘든 농사일에 손에 흙을 묻히지 않는 날이 없어도, 봄에 씨앗을 뿌리면서 새 싹을 돋아나길 기다리며 두근거리고, 가을에는 그동안의 수고가 담긴 열매를 거둬들일 생각에 설레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김종숙 부회장을 만나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어봤다.

남성 농업인단체인 농촌지도자회에서 여성이 활동하는 것이 이채롭다.

처음부터 농촌지도자회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다. 고향인 강원도 속초에서부터 4H활동을 시작하면서 농업인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남편(전선식·금산군농촌지도자회 재무국장)과 결혼을 하면서 금산군으로 내려와 한국여성농업인중앙회 금산군 회장도 4년간 맡아서 했었고, 새마을부녀회장도 7년 가까이 지냈었다.
이후에 생활개선회를 비롯해 몇 개 단체에서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도 받았는데 남편이 농촌지도자회 활동을 하고 있어 농촌지도자회를 선택했다.

또 금산군은 농촌지도자회에도 여성회원들이 많아 농업인단체 활동을 하기에도 수월하다. 특히 남편과 자연스럽게 같이 활동하는 여성농업인들이 많아 가정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적이고 단합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농촌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농촌지도자회에서 나를 비롯한 여성회원들은 때로는 동반자의, 때로는 조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4H를 비롯한 몇 개의 농업인단체 활동을 했는데 힘든점은 없었나.

일장일단이 있었다. 우선 결혼한 여성이다보니 주부로서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가정 내에서는 집안 살림도 해야하고, 아이들도 키워야 했다. 농사도 지어야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제법 크고 농사도 안정됐지만 농업인단체 활동 초기에는 힘에 부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농업인단체 활동을 하고 있던 남편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늘 남편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 농촌지도자회 활동을 하고 나서부터는 같이 활동을 하게 되니까 더 많이 의지가 되는 것 같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가정이 평화로워야 농사도 잘되고 하고 싶은 활동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앞으로 농촌지도자회원들의 부인들도 농촌지도자회를 통해 많은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앞서 말씀하신대로 농촌에서도 여성들의 역할들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데.

지난 1970년대에 여성이 농업에 주종사자로 참여한 비율은 3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비율이 2배 가깝게 높아져있다고 한다.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지금까지는 남성 위주의 농업이 이루어져 왔지만 농촌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성만으로는 농촌 인력난이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 결국 여성농업인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안전한 농산물 생산하고 부족한 농촌인력을 그나마 해소하는데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시·군청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여성농업인이 농업활동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 여성농업인들은 고된 농사일, 저소득, 생활불편 등의 이유로 농촌생활에 애착이 적다. 여성농업인들, 특히 여성농업인들의 육성이 농업발전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산인삼은 어떤점이 좋은가.

금산군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그렇듯 나도 인삼농사를 짓고 있다. 또 벼농사와 고추농사도 자급자족 할 정도로 짓고 있다.
금산의 인삼은 다른 지역 인삼보다 단단하며 사포닌 함량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인삼의 역사에서도 1500년 역사를 지닌 고려인삼의 종주지로서 인삼을 거래하는 국제인삼시장과 수삼센터가 있다. 매년 9월이면 인삼축제를 열고 있고 내년에는 2006년에 이어 국제인삼엑스포가 열릴 예정에 있다.

또 인삼은 에이즈 환자가 장기 복용해 효용을 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홍삼이 중동에 본격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나도 인삼 농사를 5000여평 정도 짓고 있지만 인삼만큼 우리 몸에 좋은 약재도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여성농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편은 저를 여성농업인으로 만든 것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한다. 저의 경우는, 다른 일로도 성공 할 수 있겠지만, 남편과 같이 농업을 하면서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고 또 두 아이에게 성공한 여성농업인으로 인식된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 같다. 꼭 의사나 법조인 같은 전문직만이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고 본다. 내 분야의 최고가 되고 그 무엇보다 내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라고 본다다. 그것이 목표다.

농업 특성상 남편 혼자 나가서 월급 받아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여성이 속한 부분이 많다. 여성농업인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다. 단순히 도와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도 농업인이다”라는 주체성을 가지는 당당한 여성농업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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