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 사고로는 생존 어려워”

“이제는 농업연구도 소비자 요구에 맞추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의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로는 날마다 바뀌는 현대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부터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이상재 첨단농업과장은 농업연구의 중요 트렌드로 ‘수요자 중심’을 꼽는다. 즉, 농업연구도 일반 국민들과 업계의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 수요자를 고려하는 것이 아닌, 이를 앞서 살피고 민의를 모아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선순환적 농업연구’가 이 과장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수요자 중심’의 참뜻이다.

과거 연구를 위한 연구에만 치우쳤다는 평을 들은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수요자 중심의 농업연구를 펼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면 단연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를 꼽을 수 있다. 이번 기술수요조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상재 과장을 만나 농업인들을 위한 연구와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지 소개 좀 부탁드린다.

농촌에서는 필요하지만 연구기관에서는 자칫 중요성과 시급성을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이 많다.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는 농업인, 학계, 관련부처 등 정책 및 기술수요자들로부터 필요한 기술과제를 제안받고, 이를 선별하여 다음연도의 연구개발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조사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7월 기술수요조사를 시작으로 8월 기술수요분석, 9월 기술수요 과제화, 10월 2010년도 연구개발 과제를 공모할 예정이다.

이번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는 농식품 분야별 수요자를 대표하는 인원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농촌진흥청의 인력, 예산 등을 집중 투입해 최단 시간내에 수요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예년에 비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발전시키고 있다.

예년과 비교해서 이번에 수행하는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는 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번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의 목적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술수요조사 → 우선순위 결정 → 과제기획 → 과제수행 → 과제평가 → 결과활용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주기에 수요자 참여를 확대하여 수요자의 요구를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반영시킴으로서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특히 각계각층에서 발굴된 기술수요를 공정하게 선별하기 위하여 농업인, 농업인단체, 소비자, 대학, 산업체, 정책부서, 오피니언리더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하여금 ‘중요성’, ‘시급성’,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제기획을 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회의(Stakeholders workshop)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런 업무 흐름이 지난 수요조사에 비하여 발전된 부분으로 수요자에게 불필요한 과제를 사전에 제거하고 농업 현장에 활용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과제선정 평가, 과제 중간관리, 과제결과 평가에도 당초 목표 달성여부 및 성과 활용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기획단계에 참여했던 외부위원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일관성 있는 연구개발 시스템이 되도록 하였다.

녹색기술 수요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불특정 다수들의 제안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녹색기술 수요조사로서 발굴되는 각 사안들은 사실 제안자나 또는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한 중요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에서는 한정된 인력과 재원, 시간을 이용해 연구를 추진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제안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지를 선별해야하는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처럼 농업인 및 수요자와의 의견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과정이 최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분야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이해관계자회의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을 추진하는 핵심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이러한 기본원칙은 과제기획이나 과제선정과정에도 적용되어 외부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의 연구들이 현장에서 활용도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녹색기술 연구과제 수요조사가 농업분야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나.

아시다시피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인들을 비롯한 고객을 만족시키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개혁과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 및 기술지원방식도 기관중심에서 수요자의 요구충족을 위한 목표(어젠다) 중심체제로 완전히 탈바꿈 시켰다.

아직까지는 목표 중심의 연구 및 기술보급정책은 초기 시행단계라 만족도의 100% 향상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 농업인의 의식수준은 스스로 유망분야를 찾거나 해외에 가서 공부하고 올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그런 분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제안내용의 파급범위가 클수록 우리 농업에 기여하는 바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상시적인 연구과제 기술수요시스템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과 기술의 신속한 확대 보급을 위한 현장연구사업도 추진하여 25,000여 농가가 같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또 ‘녹색현장기술지원단’과 각 소속기관 기술지원과를 통한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전문 성과확산기구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의 연구들이 농업인들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앞으로의 농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농업연구 한 가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농업 시장전망, 농업 경제의 흐름, 농업에 대한 국가정책의 방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서 농업인이 일하는 ‘현장’에 문제와 해결책이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농업현장연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농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농업인의 조그마한 수고와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업을 바꿀 수 있다는 ‘푸른농촌 희망찾기’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 농업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정책을 뒷받침하고,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안전성 강화기술 개발 보급 등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이 정말 농업인들을 위한 길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조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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