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문제, 농업선진화 정책, 물러서지 않고 싸울 것”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경순)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전국여성농민대회가 열렸다.
‘식량주권 실현’, ‘쌀 값 보장’ 등을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행사는 5천여 전국여성농민들, 이낙연 국회 농해수위원장, 강기갑 의원,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해 이미화 생활개선중앙회장, 장정옥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김귀숙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장 등 여성농업인 관련단체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북여성농민 노래패 ‘청보리 사랑’의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자랑스런 여농농민 시상식, 상징의식 등의 행사와 여성농민운동사 20년?여성농민정책변천사와 활동에 관한 사진전 등이 열렸다. 또 토종종자 전시마당에서는 우리 종자를 알리는 마당이 펼쳐졌다.

┃김경순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장

“우리쌀, 우리 농업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1989년 창립 이후부터 줄곧 우리를 힘들게 했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초창기에는 농가주부, 농촌부녀자로 불리는 등 여성농민이라는 이름도 없이 지냈던 아픈 시절이 있었다. 여성농민들의 지혜를 모아 농업의 가치가 인정받고 여성농민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전여농은 학교급식 실현, 농가도우미제도 도입, 여성농업인육성법과 조례 제정 등 여성농민의 지위향상과 권리 보장, 그리고 우리사회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여농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농민들에게 더욱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여성농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반대 투쟁, 한·칠레 FTA 반대투쟁, WTO 반대 홍콩 원정투쟁 등 전국을 넘어 세계를 누비며 우리농업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이제까지 전여농이 해온 숭고한 일도 많지만 아직은 여성농민으로 농촌에 살아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그것은 때로는 목숨을 거는 투쟁이기도 하고, 때로는 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과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등 정성을 다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농업문제는 바로 쌀 문제와 농업 선진화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업을 회생시키려면 농민과 정부, 온 국민이 나서도 시간이 걸릴 판국인데 대다수 농민을 퇴출시키고 농기업을 육성해 식량자급이 바닥인 나라에서 수출농업으로 간다고 한다.

또한 농촌현장에서는 쌀 값이 떨어져 수확기에 쌀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도는데 기껏 농협중앙회에게 10만톤 매입하게 하는 정도의 대책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 이도 모자라 아예 쌀 관세화로 전면 개방하자고 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올가을 정부와 농민간의 물러섬 없는 싸움판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 국회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


“올 가을 쌀값 보장 농정당국에 요구 할 것”

전여농의 20주년을 축하드린다. 전여농은 지난 20년 간 여성농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한 그간의 싸움은 매우 힘들었으며, 아직 싸워야 할 일들이 많다. 그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소중한 일들이었으며, 어쩌면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 보장’, ‘생산유통?가공을 현장의 농민에게’, ‘씨앗을 지키는 여성농민 권리실현’, ‘성 평등한 농촌실현’, ‘이명박식 농정반대 쌀값보장’, ‘자주 평등 세상 보장’ 등 오늘 여러분이 내건 6개 요구사항을 숙지하고 왔다. 절실하고 어렵다. 하지만 달성에 근접하게 되도록 여러분과 힘을 합치고 싶다. 올 가을 최소한의 쌀값은 보장해야 한다고 농정당국에 말하고 있다.

특히 영세농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다. 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선진화 방안은 국회에 보고도 하지 말라고 농식품부에 일러뒀다. 다시 보고해주리라 믿는다. 또 김경순 회장님과 전여농 회원 여러분은 1인6역을 하는 초인들이다. 집에서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들판에서는 농사꾼, 사회에서는 봉사자,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존경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신자유주의 개방 역풍 맞아 끝까지 싸울 것”

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속으로부터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농사꾼으로서 이 나라 전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국민의 어머니로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번씩이나 변했는데도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민하고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해서 쌀 값 대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말로는 상생·공생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천하지 않는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다. 우리가 곡식농사 잘 지으려고 농사철 되면 얼마나 발버둥 치는가. 우리 농민들은 곡식농사만 잘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아스팔트 농사를 20년동안 지어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신자유주의 개방의 역풍을 맞아야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농사로 따지면 반타작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여성농민들도 자신감 가지고 힘차게 해나가자.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


“농업은 존경의 대상, 수확기 쌀 지켜낼 것”

전여농 창립 20주년을 축하한다. 이 자리에 오면서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이 관동교서에 쓴 한 구절을 생각했다. 글에는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 농업은 의식의 근원이므로 모든 것을 제치고 농업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상들께서는 농업을 위대하게 생각했고 존경해 마지않았다. 어느 날 우리도 모르게 신자유주의자 추종자들에 의해, 시장개방이라는 이념의 논리로 우리가 피땀나고 죽도록 가꾼 농산물을 그리고 우리농업을 경쟁력이 없는 산업으로 전락시켰다.

새로운 정부 들어 우리 농민들을 위한다는 정책은 없고 절망적인 정책으로 일삼고 있다. 선진화라는 명분아래 비료 값은 쌀값보다 비싼 2만원이 넘고, 우리가 유일하게 지켜야 할 종자는 외국계 기업에 모조리 넘어갈 판이다. 또 350만이 넘는 농민들이 대규모 영농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위기를 여성농민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몇 달 후 수확기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30만〜40만톤 재고쌀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격리해야 한다. 여성농민단체 회장님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투쟁하겠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토종씨앗, 쌀 값 대란  등 과제 해결 앞장 설 것”

여러분들은 20년전에 농촌에서 그냥 일개 농사꾼 또는 가정주부인 상태에서 여성농민이라는 명칭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다.
그 자랑스러운 여성농민의 이름을 이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 뻗으려고 노력했던 지난 20년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50년, 100년 후의 여성농민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가 아닌가 싶다.
여러분들이 아주 억척스럽게 땅을 파며, 목숨을 바쳐가면서 이 나라 농업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지난 20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 한국농업에 있어 우리 여성농민의 지위와 역할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올해 다가오고 있는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여성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토종씨앗 문제, 올 가을 쌀 값 대란, 그리고 이 나라 이 농업을 없애려는 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선진화를 부셔버리고 막아내야 한다.

┃치코와타나베 일본 농민운동전국연합회 여성부
 
한일 여성농민 연대해서 행동하자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농민대회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가했던 역사 사실을 왜곡하고,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일본 농민들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할 것을 원하고 있다. 평화헌법을 지켜나가고 두 번 다시 비참한 전쟁이 되풀이되지 않고 핵 위기가 없는 세계를 목표로 세계의 사람들과 연대해 행동하고 있다.

일본의 농업을 둘러싼 정세는 한국과 똑같다. WTO 협정 체결 이후 농산물의 가격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특히 주식인 쌀 가격의 폭락은 가장 큰 일이다.

일본정부는 올해 6월 태평양전쟁 이후 농민의 손에 돌려줬던 농지법을 개악하고 기업에 농지를 쪼개주는 계획을 만들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위에 확실하게 반대의 의사를 표하고 농민의 삶과 농업을 지킬 수 있는 정치권을 바꿔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삶을 지키고, 농업의 소중한 담당자인 한국과 일본의 여성농민이 함께 교류하고 배우며, 정보를 공유해 연대해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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