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는 쌀, 창고에서 낮잠만…” 풍년도 소용없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장수(長壽)는 항상 중요한 화두였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환갑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뺀 조선 임금 25명의 평균수명은 46세에 불과했으며 83세까지 살았던 영조를 포함해 60세를 넘긴 이는 단 5명뿐 이었다.

특히 83세까지 살은 21대 왕 영조의 장수비결을 한의학에서는 수라상을 꼽았다.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겼던 영조의 수라상은 소화가 잘되는 밥과 반찬 서너 가지가 전부였다고 한다. 밥이 곧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쌀 라면’을 먹겠다고 선언하는 등 쌀 소비에 관한 문제가 심각하다. 벼 수확이 이미 시작된 지역도 있지만 쌀 재고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쌀 소비 촉진 캠페인으로 쌀 문제 해결에 또 다른 해법을 찾고 있는 생활개선중앙회 이미화 회장을 만나 쌀 소비 촉진 캠페인과 쌀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생활개선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쌀 소비촉진 캠페인에 대해 먼저 소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벼 수확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농촌 창고마다 쌓여 있는 쌀 재고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쌀은 500여만톤으로 2004년 이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으나 전국 쌀 재고량만 100만여 톤에 가까워 여성농업인들은 이 쌀을 소비하기 위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지난 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쌀 소비량은 75.8㎏이라고 하는데 10년 전에 비하면 무려 23.4㎏나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농촌현장에서는 적극적인 쌀 소비촉진과 함께 근본적으로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재고량이 빨리 소진되지 않을 경우 수매할 벼 보관은 물론 쌀값 파동은 불 보듯 뻔하다. 풍작의 기쁨을 누릴 사이도 없이 쌀값 하락과 쌀 소비량이 둔화 되면서 여성농업인들도 쌀 소비촉진을 위한 활동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활개선중앙회는 결국 남는 답은 수요 쪽. 즉, 소비확대를 모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판단아래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전국적인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

충남을 비롯한 충북, 강원 등 전국의 생활개선회원들은 캠페인을 통해 ▲ 가정 내 아침밥 먹기 ▲ 생일 케익을 떡케익으로 이용하기 ▲ 쌀 중심 식생활 실천하기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등을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과 함께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Q. 생활개선회중앙회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생활개선회중앙회는 1958년 농촌여성들의 자발적인 학습단체인 ‘생활개선구락부’란 이름으로 탄생해 지난 해 50주년 기념식을 갖는 등 반세기 동안 여성농업인들의 권익보호와 여성농업인들의 소득향상을 위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후 1994년 사단법인 생활개선중앙회로 명칭이 바뀌면서 농촌진흥청 산하 학
습단체로 지정 되는 등 현재까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농촌을 선도하는 여성농업인 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만 해도 전국 1천700여개 조직에 10만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이번 쌀 소비 촉진 운동처럼 여성농업인들의 농가소득증대와 농촌에서의 여성농업인들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Q. 쌀의 가치가 품질, 가격, 이미지, 홍보 등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형성되어진다고 할 때,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품질, 가격, 이미지, 홍보 모두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품질을 기본으로 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품질이 밑바탕이 되지 않는 제품은 언젠가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좋은 제품을 생산한 후 소비자에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홍보되지 않은 쌀은 판매에 한계가 있고 쌀 소비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본다.

지난 7월 어느 신문에서 시대에 따라 밥그릇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06년 기준 밥공기의 크기는 350cc였다. 과거 1942년에는 밥공기 하나가 550cc였던 점을 감안하면 밥공기가 매우 작아진 것인데 밥공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서구의 식문화가 국내로 들어와 쌀소비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원점으로 돌아와 식당에서도 원산지 표시를 할 때 국내산이라는 단순한 표시보다는 가능하면 어느 지역 또는 어느 상표라는 표시까지 해주면 쌀의 홍보와 농가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Q. 회장님을 비롯한 여성농업인들에게 쌀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한국인의 식생활은 쌀밥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을 중심으로 서구화된 식생활이 급격히 퍼지면서 쌀밥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과 비만 등 성인병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 모두에게 밥은 전부였다. 국민들에게는 “식사 하셨습니까?” 라는 말이 가장 대표적인 인사말로 지금도 밥은 사람 사이 정(情)의 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한솥밥’은 우리 식구를 의미하고, “밥 한끼 하자”는일상에서도 흔히 쓰일 정도로 사람들의 사이의 친분을 나타낸다.

이런 우리의 주식인 쌀이 지난해 유례없는 대풍 속에 소비가 감소하면서 100만여 톤이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니 여성농업인으로서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쌀은 5천만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다. 우리 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생명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외국 농산물 취급 기업에 위탁하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의 식량인 쌀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생명이다.

Q. 마지막으로 생활개선회중앙회의 쌀 소비촉진운동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생활개선회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전국을 돌면서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쌀 가공식품인 쌀국수 시식을 비롯해 가래떡 나눠먹기 등의 이벤트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또 잠자던 몸을 깨워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아침밥 먹기 운동도 병행한다.

 초등학생 10명 중에 1명꼴로 아침밥을 거른다고 하는데 이것은 엄마들이 서구화된 식생활을 아이들에게 잘 못 가르쳐준 탓이다.
우리 생활개선중앙회는 여성농업인이자 엄마의 자격으로 아이들과 국민들의 밥맛을 하루속히 찾아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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