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악성부채 고리 끊어야

악성 농가부채의 압박에서 농업인들이 벗어날 수 있게 하려면 부채사슬을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채농가의 농지와 농업용 시설 등 농가자산을 농지은행에 장기 신탁하도록 하되 진입의 벽을 낮춰 대상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부채규모가 자산의 40%를 넘어서는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부채조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농민 등은 농가부채 지원 규모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부채상환을 위한 농가의 자산관리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08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농가 가구당 소득이 3천52만원으로 전년대비 4.5% 감소한 반면 농가부채는 같은 해 초 2천390만원이던 것이 연말 2천579만원으로 7.8%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되고 있다.

전체 농가 중 부채가 없거나(29.4%) 1천만원 미만(27.5%)의 소액부채 농가는 57% 수준이고 5천만원 이상은 1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국회 김춘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농·어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전농림부 장관)을 좌장으로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획일적 부채대책 수정돼야
 김지식 부회장은 ‘농·어가 부채의 현주소와 해결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금리인하와 만기연장 등의 조치 등에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면서 “획일적으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악성 고액부채로 고통받는 농가를 선별해 자금지원 및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4월 만기가 도래한 2조1천억원 규모의 상호금융저리대체자금 상환기간을 5년 연장(금리 5%), 상환조건에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대출잔액을 5년간 균등 상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영회생사업 대상 진입장벽 낮춰야
김 부회장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농가부채 동결에 관한 법률 제정, 농지은행의 정부 출연에 의한 농지기금 설치, 맡긴 토지의 경작을 통해 20년간 분할 상환, 부채 상환을 못할 경우 농지시가 재평가 상환, 농신보 확대로 농업인 담보력 지원강화 등의 ‘농가부채동결법’ 제정 등을 통한 악성 농가부채 해소를 핵심 농정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악성 농가부채의 압박에서 농업인들이 벗어날 수 있게 하려면 농지와 농업용 시설 등의 농가자산을 농지은행에 장기 신탁하도록 하되 진입의 벽을 낮춰 대상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부회장은 “현행 농가채무액(대출잔액 및 이자포함)이 4천만원 이상이고 경영면적이 1.5헥타 미만인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회생지원농지매입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농가채무액 1천만원 이상, 경영면적 1헥타 미만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 부채조정제도 도입
김 부회장은 농가의 고질적인 누적현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가계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가부채조정 중재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부채 규모가 자산의 40% 이상인 농가(농업인 연령 70세 이사)를 대상으로 △농지신탁(이외 동산 및 부동산 포함) △잔여부채를 10년간 무이자로 분할 상환 △연체이자 면제·성실납부자 인센티브 제공 △대상자금은 농업용과 가계용 전부 포함 등을 시행하면서 향후 발생하는 부채는 조정제도를 통해 악성부채를 차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채상환 능력이 있는 농업인과 1천만원 미만의 소액 대출은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농가부채 동결법 제정
토론에서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농가부채 동결에 관한 법률제정, 농지신탁 등의 대통력 공약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단”면서 농가등록제나 생산자단체 중심의 농가조직화 등에 동의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채조정제도는 농가의 장기적인 경영설계와 연계돼야 한다는 그는 “농가경영회생자금의 제도를 확대, 보완해 부채조정제도가 컨설팅 수준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농어가부채 33.6조원
남태현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2008년말 현재 농어가부채 규모는 호당 평균 2578만6천원이고 이중 농업용 부채는 1360만원(53%), 농업용 이외 부채는 1218만6천원(47%)이다”면서 “전체 농가 중 부채가 없거나(29.4%) 1천만원 미만(27.5%)의 소액부채 농가는 57% 수준이고 5천만원 이상은 16.2%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가 시설투자 등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게 자산도 증가해 부채상환능력은 개선되고 있다는 남 과장은 “농가의 94.6%는 부채/자산비율이 0~40%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투자가 많은 축산·화훼 농가는 부채규모도 크고 부채/자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부채규모 40% 초과 농가 지원’ 고려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대해 농수산경영회생자금,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등 상시 부채대책으로 대응하되 필요시 지원확대 활성화가 바람직하다”는 그는 부채대책 지원대상을 자산대비 부채비율 40% 초과 농가 등으로 한정한 것은 정책 수립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업분야 자산의 특수성으로 자산신탁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남 과장은 “농어업용 자산이 이미 농·수협에 담보가 설정돼 있어서 대출기관이 경매 등 채권행사를 할 경우 신탁부동산의 담보력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농지, 어선 등 농어업용 자산은 거래가 제한되고 사간경과에 따라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면서 자산신탁의 경우 매각과 달리 대가지불이 없으므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부채 10년간 무이자 상환
농어업인의 잔여부채를 10년간 무이자 분할상환하는 문제는 현행 부처별 세일링에 의한 예산 자율편성제도 아래에서 거액의 예산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책자금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낮을 경우 상환여력이 생겨도 상환하지 않으므로 예산낭비 및 도덕적 해이가 발행한다고 지적했다. 가계용 자금을 지원대상에 포함할 경우 농어가 경영회생에는 효과적이나 비농업용 채무를 농업지원에 포함한다는 비판과 형평성 논란,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채조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상설기구 설립에 따른 예산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제도 한계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지은행제도는 대상 농지가 적고 환매시 농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환매불가 등으로 부채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담보능력이 없는 농가의 부채대책으로 농신보를 통한 경영회생지원자금을 확대해 지원하되 소득창출 방안 등 경영능력 향상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공제지원 및 보상 확대로 추가농가부채 발생요인의 최소화, 가격폭락에 의한 가격안정 대책, 생활비, 학자금 등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부채대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그는 “극단의 경우 농가들이 개인회생 및 파산제도를 활용할 경우 적절한 영농 또는 재취업 프로그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가부채대책 필요성 의문
황의식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는 “농신보의 대위변제 약 4조원, 경영회생지원농지매입사업 1천200억원 등의 농가부채대책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농가부채대책 마련에 대한 충분한 설득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의 실행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인지, 현재 많은 농가가 부채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것을 해결하는 것인지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정부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구제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의존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농업의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있는 등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채대책 규모 설정 필요
황 박사는 “부채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은 부채대책 규모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농지은행의 경영회생지원농지매입사업이 약 1천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를 포함해서 2~3천억원 수준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의 자구노력 중요
“농가의 자구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황 박사는 “농가의 자구노력이 없다 보니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농가에 지원하고 정부자금은 상황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가부채 동결 등의 표현은 절절하지 않다”면서 부채상환을 위한 농가의 소비, 자금운용 관리 등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재기구 설립 중요
농가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기구를 만들어서 너무 온정주의가 아닌 냉철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시군단위, 시도단위 등에 두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시설물의 평가 등에 대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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