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생활 마인드로 지역사회 이끌자”

  
 
  
 
옷깃을 스며드는 봄바람에 아직은 까칠한 햇살이 가득했던 지난 9일 고재덕(56) 생활개선중앙회 부회장을 만나러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만난 고 부회장은 아담한 체구와 함께 커다란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생활개선회가 늘 웃음 넘치고 활기차게 만들지를 고민한다”는 고 부회장에게서 그녀의 24년간 생활개선회 활동과 농사꾼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처녀 농촌으로 시집가다
고향이 전북 김제인 그녀는 1974년 형부의 소개로 만난 박춘근(58)씨와 결혼해 33년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남편이 형부한테 저를 소개시켜 달라고 많이 졸랐어요. 못 이긴척 한 번 만났는데 의외로 자상하고 남자답더라고요.”
하지만 그녀에게 결혼 후 농촌생활은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도시에서만 생활해 농촌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일도 못했어요. 시어머니께서 수박 하나 따오라고 하셨는데 수박마다 세모로 도려 놔서 수박농사 망칠 뻔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힘들어서 정말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고 그 때를 회상하는 그녀는 누구에게나 처음은 다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가 집에 불을 내서 새로 집 지었던 일, 소 파동 때문에 소를 처분한 일 등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얘기했다. 또 그 옆에는 언제나 듬직한 남편이 서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말없이 지원 해줬어요. 주변에서도 그걸 알았는지 얼마전에는 군에서 주는 ‘외조상’도 받았어요.”

◇밑바닥 경험은 나의 재산
그녀는 1983년 농촌지도소 계장의 권유로 구이면생활개선회 구락부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내를 들쳐 업고 다녔어요. 생활개선회에서 처음 배운 기술로 조리대회에서 우승하고 그 상금으로 밥 사먹은 거 생각하면 웃음만 나와요.”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구이면회장, 완주군회장, 전라북도회장을 거쳐 지금은 중앙회 부회장을 하고 있다.
“구이면회장을 할 당시에는 지역의 생활개선회를 엄청나게 활성화 시켰고, 완주군 회장을 할 때에는 군여성단체협의회장까지 맡아 ‘완주군 여성’ 하면 ‘고재덕’ 이란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열심히 뛰었어요.”
그녀는 이런 인정을 받은 것은 처음 밑바닥부터 배우고 쌓은 경험이 있어서라고 한다. 이와 함께 지역의 생활개선회원들도 유대가 강한 학습단체로 성장했고, 한 가지 일을 시켜도 세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자부한다.

◇지역 발전에 밑거름 되기
그녀는 생활개선회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금전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어떤 혜택도 받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의 활동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최근 마을에 건강관리실을 마련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한다.
“도 회장직을 그만두면서 옛날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건강관리실을 만들었어요. 이곳에서주민들이 운동도 하고 쉬는 것 보면 이것 하나는 내 지역에 정말 잘 해놨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그녀는 마을위에 곧 들어설 농촌건강 장수마을의 다양한 사업을 구상해 지역사회가 발전하는데 작게나마 기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숨은 아이디어 발굴’ 노력
올 해부터 생활개선중앙회 부회장을 맡은 그녀는 이것만은 해보겠다고 한다.
“어떤 단체든 중심에 있는 임원진의 역할이 중요해요. 그들이 회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실천할 때 그 단체는 발전하죠.”
그녀는 회원들의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싶다.
“생활개선회원들은 좋은 생각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임기동안 회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이런 숨어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양심있는 농업인 돼야
“저도 농사를 짓지만 상품이 안 좋으면 싸게 팔아야 하고 아예 팔지를 말아야 해요.”
농사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안 속이고 지어야 한다는 그녀는 제 아무리 안 속이려해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도 눈으로 직접 보여주면서 사고팔면 서로가 믿음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농사짓는 사람도 다른 농업인의 농산물을 사 먹을 수 있어요. 내가 먹을 거리를 생산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농사지어서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게 해야 돼요.”

◇‘긍정적인 생각’ 나를 만들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어제가 있으면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으면 내일이 있잖아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아내로, 엄마로, 사회활동가로 힘든 점이 많았다는 그녀는 오늘이 있기까지 늘 이런 생각을 가졌다.
오늘 아쉬운 것은 내일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된다는 그녀는 누구나 늘 100점을 맞을 수는 없다고 한다.
또 이제는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자연의 섭리처럼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고 한다.
앞으로 생활개선회원들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회원들이 많이 배워서 삶의 터전으로 간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늘 밝은 생각과 입가에 끊이지 않는 미소를 가진 고재덕 생활개선중앙회부회장을 통해 생활개선회의 밝은 앞날을 본다.
사진/최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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