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철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원장

‘정중동(靜中動, 고요함 속의 움직임)’이라는 성어(成語)가 있다. 이 ‘정중동’에 가장 어울리는 동물은 바로 올해의 동물인 ‘호랑이’일듯 싶다. 호랑이는 그 커다란 몸집에도 불구하고 산에서 서식하며 민첩함의 대명사인 산토끼뿐만 아니라, 힘으로 유명한 멧돼지 또한 자신의 먹잇감으로 만들고 만다. 호랑이가 힘만으로 사냥을 한다면 자신의 발바닥만하며, 이리저리 날뛰는 산토끼는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가 그런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낌새를 숨죽이고 살금살금 목표를 향해 다가가 치명상을 입히는 성공적인 ‘정중동’의 움직임을 취하기 때문이다.

2010년 이 겨울, 우리 농업인들은 호랑이의 늠름한 기개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중동’의 움직임을 본받아 병해충 방제를 실행해야 하겠다.

지난 2006년 천안의 포도과원 1ha 피해 발생에서 2009년 전국 포도과원 2,946ha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해충은 바로 ‘꽃매미(주황날개 꽃매미, 통칭 꽃매미 혹은 중국꽃매미라고도 함)’다.

‘꽃매미’는 본디 아열대지방에서 가죽나무와 소태나무를 기주식물로 하여 번식하는 해충이다. 그러나 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한반도의 산림수종 변화로 산림 내 꽃매미 기주식물의 증가와 외래에서 유입된 종이므로 천적의 부재, 동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월동 생존율의 증가 등 복합된 꽃매미의 번식조건 충족으로 인하여 2009년 과원은 꽃매미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올 겨울, 코를 에이는 바람은 무척이나 차갑지만 방제의 입장에서 보면 참 고마운 추위다. 이 추위로 인하여 꽃매미의 월동 생존율의 감소를 바라지만 꽃매미는 이미 한반도에 적응을 한 듯 보이기에 그 생존결과를 마음 놓고 장담할 수는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농업인들은 호랑이를 닮은 ‘정중동’의 자세를 지녀야만 한다. 하얀 눈이 가득한 겨울, 고요한 농한기이지만 여름부터 가을까지 풍성한 수확을 위해 부지런히 우리의 과수 사이에 숨어있는 꽃매미를 비롯한 해충들의 알덩어리 제거에 힘써야 하겠다.

또한 이 꽃매미의 발생원과 피해 과원이 상이함에 따라 완전 방제가 어려우므로 농업인 스스로 과원 인근 야산 지역에 가죽나무, 소태나무 등 꽃매미의 기주식물의 유무 확인과 동시에 방제에도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피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 또한 방대해짐에 따라 농업인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각 농업기관들 또한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이러한 돌발해충의 종합관리 대책과 방제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 실행이 있어야만 한다.

월동기 ‘알덩어리’를 제거하여 그 수를 감소시켜도 꽃매미 약충의 부화시기가 달라 효과적인 약제 방제가 곤란하므로 약충의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제 전용약제 개발과 보급, 또한 그 비용 보조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7월 중순 이후에는 꽃매미 성충이 인근 야산에서 과원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해오므로 과수에 해롭지 않은 방제 약제와 함께 야산 주변 및 과원 주변에 차단망 설치를 권장하고 지원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농업인과 농촌지도기관, 정부는 서로 함께 힘을 내야 할 것이다.

경인(庚寅)년 호랑이의 해, 우리 모두 호랑이와 같이 정중동의 움직임으로 ‘해충 발생 억제’와 ‘우수한 농산물 생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와 멧돼지를 잡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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