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은 ‘정혜(김윤진)’는 법에 따라 18개월 후면 입양을 보내야만 한다.
어느 날 교도소를 방문한 합창단의 공연에 감동한 정혜는 교도소장에게 합창단 결성을 제안한다.

그리고 합창단을 훌륭히 성공시키면 민우와 함께 단 하루만이라도 바깥 세상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한다.

합창단 오디션이 열리고, 타고난 음치 정혜를 비롯 밤무대 뽕필로 합창단 물을 흐리는 ‘화자’,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의 로맨티스트 ‘연실’, 깊은 상처를 지닌 고집불통 성악 천재 ‘유미’ 등이 모여 합창단을 이룬다.

그리고 전직 음대교수인 사형수 문옥(나문희)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합창단은 점차 아름다운 화음을 이뤄가는데…… 

영화 ‘하모니’는 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18개월이 되면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정혜(김윤진), 가족마저 등을 돌린 사형수 문옥(나문희),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가는 여자교도소에 합창단이 결성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슴 찡한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하모니’는 영화로서는 사상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 내부에서 7일간의 촬영 허가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간 다른 작품들이 청주여자교도소 외부 공간이나 비어있는 건물을 무대로 촬영을 한 적은 있지만, 재소자들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 내부에서 촬영 허가를 받은 작품은 ‘하모니’가 유일하다고 한다.

교도소 배경으로 한 제소자들의 이야기에 음악이라는 코드를 절묘하게 입혔다. 나문희는 ‘하모니’에서 튀지도 도드라지지도 않지만 그만의 무게감으로 극 전반에 중심을 잡아줬다.

그는 엄마 같은 편안함으로 관객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소리없이 두드린다. 눈가의 주름과 얕은 숨소리마저도 훌륭한 연기가 됐다.

행여 억지 춘향에 가까운 신파 눈물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나문희의 연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또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와 그들이 선사하는 노래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월드스타 김윤진과 ‘국민엄마’ 나문희의 절제된 눈물 연기는 심금을 울리고 ‘뮤지컬계의 마돈나’ 강예원, 박준면, 정수영 등 조연들도 감초처럼 잔잔한 웃음을 준다.

이들이 흥겨운 율동과 함께하는 활기찬 공연도 볼거리다.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솔베이지의 노래’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대를 만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또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번쯤 불러보고 들어봤을 ‘그대 있는 곳까지(Eres Tu)’는 재소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하며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하모니’는 아들을 향한 정혜의 애틋한 마음이 중심에 있지만, 그것을 풍부하게 만드는 건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재소자 친구들의 얼굴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도 있고, 의붓아버지로부터의 성폭행을 견디지 못해 살인자의 낙인이 찍힌 사람도 있으며, 뼈를 깎는 고통으로 죄를 씻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해 세상과 담 쌓은 사람들 모두가 노래로 마음의 문을 연다. 아들과의 특박은 그 소통의 결과물일 뿐, 결국 ‘하모니’는 상처 입은 여자들을 향한 따사로운 시선이다.

‘하모니’가 흥행몰이 중인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뜨거운 ‘情’이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전 세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 사연도 개성도 각양각색인 캐릭터들이 합창단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가족이 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가는 가슴 찡한 스토리가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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