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치매, 남의 일 아니야…해마다 25%씩 늘어나

“약속이 있는데 몇 시에 어디서 만나기로 했더라?” 이러면 건망증이다. “뭐라고! 난 그런 약속한 적이 없는데”라고 하면 치매에 따른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환자더러 시계를 그리라고 하면 분침이나 초침을 못 그리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기억력 저장 창고’인 뇌의 1000억개 신경세포 뉴런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뇌기능을 손상시키는 70여 가지 질환 모두가 치매 원인이 된다.


■ “설마 아니겠지”, 설마는 나에게도 일어나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비련의 주인공이 종종 기억을 잃는다. 처음에는 건망증으로 알고 가볍게 여기고 지나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급기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됐다. ‘자꾸만 잊어버린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종영한 MBC-TV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과 ‘KBS-2TV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50대 중반의 여주인공이 치매에 걸려 자신의 아들과 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과 치매에 걸린 엄마를 소재로 해서 전국의 시청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 환자 수는 한 해 평균 25%씩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8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며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 언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다.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를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고,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등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날짜와 시간감각이 떨어지고 올해가 몇 년도인지도 모르게 된다. 여기에서 몇 년 더 진행되면 집을 찾지 못한다든지, 길을 잃는다든지, 심지어 집 안에서 화장실도 찾지 못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기억력이 심하게 손상된다. 

기억력뿐만 아니라 언어능력도 떨어진다. 처음에는 사용할 단어를 찾지 못하여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유창하게 빨리 하기도 한다. 종국에 가서는 발음이 되지 않아서 마치 벙어리같이 행동하게 된다. 시간ㆍ공간적인 장애도 나타나 지남력의 장애가 동반된다.

일상적으로 잘 하던 가사일이나 직장 일을 잘 하지 못하며, 세수나 면도 등의 일상생활 동작도 하지 못하게 되고, 심하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음식 섭취, 대ㆍ소변 관리도 못하게 된다. 쉽게 화를 내거나 어린아이처럼 먹을거리와 돈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 남들이 자신의 물건이나 돈을 훔쳤다고 하는 등의 의심증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의 악화는 전반적으로 볼 때, 새로운 자극 및 정보를 감지하여 적절하게 처리하는 능력인 인지기능 자체가 점차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 젊다고 방심하면 큰일! 
치매는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나눌 수 있다.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치매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고 원인적 치료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는 점과 성별 호르몬의 차이, 확인되지 않은 환경적 영향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뇌에서 기억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신경세포들의 퇴행성 병변이 정상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정상적인 노화와 다른 점이며, 병으로 보는 이유다. 왜 이렇게 신경세포들이 빨리 손상되는가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며 관련된 유전자 및 염색체 이상도 밝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와 초로기 치매로 나뉜다. 흔히 노인성 치매라고 하면 이 질환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도 치매에 걸리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초로기 치매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매를 나이가 들어 걸리는 병으로만 생각하지만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의 17%는 65세 미만의 초로기 환자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치매의 증상과 같다. 대개 발병한 후 5~10년이 경과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최근에는 15~20년까지 기간이 늘어났을 정도로 점차 치료법이 발달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은 주로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찾아오는 혈관성 치매다. 치매 원인 중 10~20%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을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 밖에 자동차 사고나 낙상 등으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에 찾아오는 두부외상과 관련된 치매, 파킨슨병이나 내분비 장애로 인한 치매, 알코올중독처럼 중독성 장애에서 비롯되는 치매가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현재까지 근본적인 완치가 어렵다. 그러나 각종 약물치료, 정서적 자극 중심의 치료, 환경이나 행동 조절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혈관성 치매는 초기 발견하면 치료에 따라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차단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 밖에 우울증과 약물 및 알코올중독,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치매는 대체적으로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다.

■ 휴대폰 등 디지털 치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난감한 것은 가물가물한 전화번호. 사람들 대부분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서 원하는 번호를 찾아 통화하다 보니 기억나는 게 몇 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의 도움 없이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기 힘들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디지털 치매’. 디지털 치매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치매와 달리 디지털 치매는 휴대폰, 컴퓨터 등을 자주 사용하는 젊은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가사를 몰라 노래방 기계 없이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거나 간단한 계산도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고, 휴대폰 길 안내 기능이나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보건복지부 치매 예방 10대 수칙  “치매, 예방할 수 있습니다” 


(1) 손을 바쁘게 움직이세요.
손은 가장 효율적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이므로 손놀림이 많은 동작이나 놀이를 자주 하세요.

(2) 머리를 쓰세요.
활발한 두뇌활동은 치매 발병과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호전시켜요.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도록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갖도록 하세요.
 
(3) 담배는 당신의 뇌도 태웁니다.
흡연은 만병의 근원으로 뇌 건강에 해로워요. 담배를 피우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안 피우는 경우에 비해 상당히 높아요.

(4) 과도한 음주는 당신의 뇌를 삼킵니다.
과도한 음주는 뇌세포를 파괴시켜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치매의 원인인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을 높여요.

(5) 몸을 움직여야 뇌도 건강해집니다.
적절한 운동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좋아요. 치매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예방하고 증상을 호전시킨답니다. 일주일에 2회 이상,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세요.
 
(6) 건강한 식습관이 건강한 뇌를 만듭니다.
짜고 매운 음식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을 높여요. 현대인들의 입맛은 짜고 매운 음식에 길들여져 있으므로 조금 싱겁게 먹는 습관을 갖도록 하세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특히 호두, 잣 등 견과류는 뇌기능에 좋으므로 이러한 식품을 적당히 섭취하세요.

(7)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세요.
우울증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아져요. 봉사활동이나 취미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되도록 혼자 있지 말고 사람들과 어울려 우울증과 외로움을 피하세요.

(8) 치매가 의심되면 보건소에 가세요.
60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어요. 치매가 의심되면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상담을 받으세요. 전국의 보건소에서는 치매상담센터를 설치해 치매 노인 등에 대한 상담과 필요한 각종 지원을 하고 있어요.

(9) 치매에 걸리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세요.
치매 초기에는 치료 가능성이 높고 중증으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따라서 치매는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요.

(10) 치매 치료·관리는 꾸준히 하세요.
치매 치료의 효과가 금방 눈에 안 보인다 할지라도 치료와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가 망가져 돌이킬 수 없어요. 꾸준히 관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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