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소小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았다. 온난화 시대에 무슨 털옷이냐던 사람들도 마음을 바꿔 모피 코트를 찾을정도. 하지만 오랜만에 꺼내 입은 외투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고 얼룩까지 남아 있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겨울옷은 장롱 속에서 잠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더욱 보관이 중요하며,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명도 크게 달라진다. 10년을 입어도 늘 새옷처럼 깨끗한 상태로 입을 수 있는 겨울옷 수납 기술을 소개한다.


철 지난 옷은 반드시 깔끔하게 손질 후 보관
한두 번밖에 착용하지 않아 깨끗해 보이는 옷은 그냥 장롱 속에 보관할지 세탁 후 보관할 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끼는 옷에 곰팡이가 생겨 속상해하고 싶지 않다면, 철 지난 겨울옷은 수납하기 전에 반드시 깔끔하게 손질하고 세탁해 보관해야 한다. 코트 단추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스웨터에 구멍 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소재별로 세탁한 후 방습·방충제와 함께 보관한다.

 단, 가죽이나 모피는 자주 세탁하지 않는 것이 원칙. 가죽과 모피는 가죽 전문 세탁소에 5년에 한 번 정도, 무스탕은 2~3년에 한 번이 적당한 세탁 주기다. 오리털 파카 역시 드라이클리닝보다 물빨래하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 방법. 모피는 보통 가볍게 흔들어서 먼지를 털어내고 심한 오염이 생겼을 경우에만 세탁을 한다. 믿을 만한 모피 세탁 전문점을 찾기 어려울 때는 모피 구입처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가죽 소재는 입고 다닐 때보다 보관할 때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입던 상태 그대로 옷장 안에 넣어 보관하면 알게 모르게 묻어 있던 오염 물질에 의해 탈색이 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 가죽에 묻어 있는 먼지나 오염물을 털어낸 다음 어깨너비에 맞는 옷걸이에 걸어 그늘에서 충분히 통풍해준다. 얼룩이 생겼을 때는 가죽 전용 왁스나 콜드크림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 문지르듯 닦는다.

울·니트 소재 의상은 구입 후 처음 한두 번은 드라이클리닝하고 다음부터는 물세탁한다. 세탁 시 옷의 수축과 변형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 캐시미어 등 100% 천연 소재는 울샴푸 대신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모발용 샴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겨울옷, 소재에 따라 보관법 달라 니트 풀오버는 세로로 수납
니트를 구겨지지 않게 보관하려면 접는 방법이 일정해야 한다. 옷을 바닥에 펼치고 양팔 부분을 앞쪽으로 교차한 뒤 한지나 습자지를 중간에 끼워두는 것이 포인트. 어깨너비는 수납공간의 폭에 맞춘다.
잘 접은 니트 풀오버를 서랍장 안에 수납할 때는 책을 꽂듯이 세로로 세워 넣는다. 가로로 눕혀서 보관하면 아래에 놓인 옷이 눌리고 어떤 옷을 수납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 북엔드로 지지하면 옷이 흐트러지지 않아 더 많은 양을 수납할 수 있다. 북엔드는 가방을 세워두는 데도 요긴하다.

실크 원피스는 투명 비닐 봉투에
실크 원피스, 블라우스 등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의상은 투명 봉투에 넣어 바구니에 수납한다. 모양대로 잘 접어 넣으면 구김도 덜하고 스크래치도 방지해준다. 포장지류를 판매하는 남대문시장이나 방산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옷을 구입할 때 받은 봉투를 재활용하는 것도 방법.

패딩 재킷은 돌돌 말아 묶기
패딩은 오랫동안 걸어놓으면 털이 아래로 모여 뭉칠 수 있기 때문에 옷걸이에 거는 것보다 접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부피는 크지만 주름이 잘 생기지 않으므로 말아서 보관하는 것도 방법. 목 부분부터 공기를 압축해가며 돌돌 만 뒤 리본으로 묶고 숨을 죽여 쇼핑백이나 상자에 넣는다. 사이즈가 크고 튼튼한 쇼핑백 역시 훌륭한 수납 용품이 되는데, 서랍장 높이에 맞춰 윗부분을 자른 뒤 안쪽으로 접어 테이프로 고정한다.

스키복은 압축 팩에 넣기
방수·발수 기능이 있는 스키복은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기능이 손상되므로 세탁소에 맡기는 것보다 집에서 중성세제로 약하게 손세탁을 한 뒤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압축 팩에 넣어 부피를 줄여 수납할 것. 습기나 먼지, 곰팡이 걱정을 덜 수 있다. 단, 니트나 모직 코트, 모피 등 통풍이 필요한 천연 소재 의상을 압축 팩에 넣는 것은 금물.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다용도실이나 지하실에 보관해야 할 때만 압축 팩을 사용한다.

울 코트, 어깨 덮어 보관하기
모 소재 외투는 드라이클리닝 한 후 베란다나 옥상에 걸어둬 자연 통풍해 기름기를 날려 보낸 뒤 보관한다. 소재 재킷은 어깨에 먼지가 쌓이기 쉬우니 어깨용 옷 커버를 씌울 것. 어깨용 옷 커버가 없을 경우 유행이 지나 사용하지 않는 스카프나 머플러를 어깨에 덮어 커버처럼 사용하는 것도 아이디어.

재킷, 여행용 가방에 보관
옷장 안은 의외로 데드 스페이스가 많다. 옷을 걸어둔 행어 아래 공간이나 여행 가방 안도 패딩이나 재킷, 니트 등 두꺼운 겨울옷을 수납하기에 좋은 공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수납 상자에 옷을 차곡차곡 넣은 후 여행 갈 때는 수납함째로 꺼내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다시 수납함째로 넣으면 간편하다. 일 년에 1~2회 여행을 한다면 그때마다 자연 통풍을 시킬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다.

언제나 깔끔한 정리&보관 옷장 속에도 질서가 필요하다
겨울옷과 소품을 잘 손질한 뒤 따로 나누어 수납했다면 이제 옷장 안에 차곡차곡 넣는 일이 남았다. 옷장 정리의 핵심 원칙은 문을 열었을 때 모든 물건이 한눈에 보여야 한다는 것. 특히 한참 동안 꺼낼 일이 없는 겨울용품의 경우 자칫 물건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으니 어떤 물건이 어디에 수납되어 있는지 잘 구분되도록 표시를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옷은 걸어놓는 것보다 개어놓는 것이 훨씬 많이 수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가지런히 채워 넣기보다는 꺼내기 편리한 방법을 찾는 것. 옷장을 정리 정돈했더라도 그 상태로 일주일을 버티기 힘들다면 옷을 넣고 꺼내면서 곧바로 또 어질러지기 때문이다.

옷장 안을 깨끗한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은 바로 단계별로 적절한 수납 도구를 활용하는 것.
우선 1단계는 ‘거는 수납’. 옷걸이용 호크나 봉에 모자, 옷, 가방을 걸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편한 방법이다. 2단계는 ‘이동형 수납’. 다양한 수납 상자를 준비하고 아이템별로 분류해 넣으면 수납함을 통째로 넣고 꺼내기 때문에 옷을 찾느라 다시 어지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옷장 안에서는 계절에 따라 위치만 바꿔주면 되니 무척 편리하다. 3단계는 ‘보이는 수납’이다. 서랍이나 수납 함은 밖에서도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혹은 반투명 소재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수납할 품목을 구분하기 쉽도록 사진을 찍어 프린트해 붙여놓으면 한참 뒤에도 옷을 찾기 쉽다.

소재에 따라 옷장 안에서도 수납 위치가 달라지는데, 옷장 아래쪽은 습기가 많으므로 패딩 같은 방수 소재의 옷을 넣고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의 옷은 위쪽에 수납한다. 섬유 종류에 따라 습기에 강한 면이나 합성섬유는 맨 아래, 모직은 중간, 구김이 많이 가고 습기에 약한 견직물은 맨 위에 보관하는 것이 옷감이 손상되지 않게 수납하는 방법이다.


겨울 소품, 아이디어 수납용품으로 승부하라

철 지난 계절 소품은 지퍼백에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이 소품을 수납할 때 애용하는 방법. 철 지난 수영복, 스키용품, 장갑, 털모자 등은 지퍼백에 넣으면 한눈에 보이고 부피도 줄일 수 있다.

가방은 S자 고리 활용
크기가 크거나 모양이 잡히지 않는 가방은 걸어 수납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옷걸이에 끼워 쓸 수 있는 S자 고리가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활용할 것. 납작한 가방은 상의와 함께 걸어 수납하면 편리하다.

부츠는 탈취제와 함께 보관
올 겨울 유행한 어그 부츠는 얼룩 부위에 스프레이 타입의 착색제를 뿌리고 가죽 부츠는 전용 클리너로 세탁한 후 흠집 관리용 크림, 가죽 에센스를 차례로 덧바른다. 부츠는 현관 앞 신발장에 세워두는 것보다 상자에 넣어 창고나 베란다에 보관하는 게 좋다. 먼지나 얼룩을 제거하고 수납 전 이틀 이상 그늘에서 충분히 말린다. 세워서 보관할 때는 신발 안에 신문지나 숯 탈취제를 넣어두면 모양도 살고 방습 효과도 좋다.

모자는 아이디어 수납 걸이 활용
모자는 수납 지정석을 만들기 어려운 아이템. 보통 여러 개를 겹쳐서 보관하는데, 이때 아래쪽에 놓인 것은 모양이 망가질 수 있다. 신발을 보관할 때처럼 움푹한 곳에 신문지를 뭉쳐 넣고 하나씩 선반에 올려두거나 행잉 수납함에 걸어 보관하면 모양이 유지되면서 방습 효과도 있다.

목도리, 코트와 함께 걸기
풀코디의 개념으로 코트에 자주 매치하는 목도리나 스카프는 코트에 감아두는 것이 방법. 옷 입을 때마다 따로 찾지 않아도 돼 무척 편하다. 퍼 머플러는 스팀을 쐬면서 빗질하되 털이 난 반대 방향으로 빗질해서 먼지를 없앤 뒤 펠트나 부직포 백에 넣어 보관한다. 캐시미어 머플러는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실크 주머니에 보관한다.

스타킹, 레깅스는 빈 과자 캔에 보관
스타킹, 레깅스 등은 정리하고 하루 이틀만 지나도 금방 뒤죽박죽이 된다. 양말과 마찬가지로 하나씩 분류해 수납하는 것이 좋은데 스타킹이나 레깅스 등 돌돌 말아 넣을 수 있는 작은 소품은 규격이 일정한 과자 통을 이용한다. 스카프는 손상되지 않도록 방충제와 함께 넣어 보관한다.

가죽 장갑, 융 커버에 넣기
손가락 사이나 바느질 선의 틈에 먼지가 잘 끼기 때문에 얇은 브러시로 먼지를 털어내고 관리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천연 가죽 소재는 융 커버에 넣어 보관하고, 스웨이드처럼 색이 바라기 쉬운 소재는 종이 봉투에 넣으면 탈색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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