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리도 흔하던 제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급속히 변하는 환경 탓도 있지만, 실상 제비는 빈 집에 둥지를 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농촌엔 그래서 제비도 오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니 활력이 없고, 그래서 농촌은 점점 더 황폐화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전북 진안군은 무주, 진안, 장수와 더불어 전북도내 3대 오지로 무진장코스로 불렸던 곳이다. 워낙 오지였던 탓도 있지만 한때 인구가 10만이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2만 몇 천 명에 불과할 정도로 군세가 오그라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 농촌지역 지자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진안군이 선택한 해결책은 전시성이나, 일회성이 아닌 사람이 살 수 있고, 살아갈 희망이 있는 마을 만들기였다. 마을 만들기의 목표는 ‘마을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개념이지만, 그 내용은 교육을 통한 주민들의 단합이고, 골자는 ‘뭉치면 산다’라는 극도의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마을의 소득과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계획은 마을주민 모두의 토론이 있은 후에 결정된다. 나만이 있음이 아니고, 모두가 있음이 최우선의 목표니 나를 버린 우리가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군청은 군청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각자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숨어있던 능력을 찾아내고,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마을간사까지 채용할 정도로 마을들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좋은 정책도, 훌륭한 계획도 사람이 실천한다. 신명나는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 농촌은 사람이 사는 터전이 될 것이고, 제비도 돌아와 둥지를 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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