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상기후 탓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밥상물가도 고공행진

올해도 여성농업인들의 가계를 옥죄었던 물가 상승 움직임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신선식품 물가가 16년 만에 가장 많이 올라 살림살이에 큰 부담을 줬는데, 올해도 연초부터 물가 움직임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식료품 가격을 비롯해 채소, 기름값, 공공요금 등 뭐 하나 오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 가공식품 가격 줄줄이 인상

삼양사가 지난해 연말 1㎏ 흰설탕의 가격을 1천490원에서 1천630원으로 올리는 등 설탕값을 평균 9% 정도 인상했다. 앞서 12월 하순 CJ제일제당이 원당 가격 상승을 이유로 설탕값을 평균 9.7% 인상한 뒤 2위 업체가 뒤따라 가격을 올린 것이다.

제당업계는 “남미 지역에 불어닥친 가뭄에다가 호주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설탕 가격이 인상되면서 제과·제빵을 비롯한 설탕을 재료로 하는 다른 제품들까지도 줄줄이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조만간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이 초코파이 등 과자류 값을 7~9%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부 등 콩이 원료가 되는 제품들 역시 최근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두부와 콩나물 등 제품 가격이 2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대두유를 원료로 만드는 마요네즈 역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오뚜기는 마요네즈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오뚜기 골드마요네즈’ 300g짜리가 1980원에서 2250원으로,500g짜리가 2990원에서 3400원으로 각각 13.6%,13.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국산 콩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네슬레 등의 브랜드가 판매하는 음료 가격도 올랐다. 코카콜라는 1일부터 일반용 제품 가격을 4.2%에서 최대 8.6%까지 인상했다.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5월 일반용 제품 인상, 12월 업소용 제품 인상에 이어 세 번째다. 1.5L 코카콜라 패트가 4.2% 인상됐고 300·500mL 패트가 6%대, 250mL 캔이 8.6% 인상됐다.
네슬레 역시 커피 제품 등을 평균 10% 인상했다.



■ 신선식품에 공공요금까지 비상

수산물과 채소 가격 급등으로 ‘밥상 물가’도 치솟고 있다. 폭설과 한파 등의 영향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채소 가격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개월 전만 해도 평균 3천547원에 불과했던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11일 현재 4천423원으로 18%정도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배 가까이 뛰었다. 또 지난해 2천268원에 불과했던 대파 한 단의 가격은 현재 4천343원, 깐마늘(1㎏)은 1년 전 6천059원에서 지금은 6천876원으로 뛰었다.

채소값이 치솟은 것은 날씨 탓이다. 한창 배추·양배추를 출하할 남부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 수확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 것. 더구나 하우스 재배를 하는 채소류마저도 추운 날씨로 성장 속도가 느려 예년보다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뛰어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생선으로 꼽혔던 고등어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비싼 반찬이 됐다. 생물 고등어는 지난해 이맘때쯤 평균 2천874원의 가격을 형성했지만 지금은 4천467원으로 50%정도 뛰어올랐다.

여기에다 최근 인상된 도시가스요금에다 비싼 기름값도 서민들의 겨울나기를 힘겹게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1일부터 도시가스 용도별 도매요금을 ㎥당 34.88원씩 평균 5.3% 인상한 것이다. 여기에다 다음달 1일 지역난방요금 조정도 예고되고 있어 난방비 부담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국 주유소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2년 4개월 만에 ℓ당 1천800원대로 올라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함께 충북과 부산광역시가 지난 해 11월 시내버스 요금을 각각 9.5%, 13.7% 올린데 이어 경남도도 오는 10일부터 시내와 좌석, 농어촌버스 요금을 100원씩 인상한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6곳도 상반기 중 상수도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 설이 코앞인데 물가상승 언제까지 이어지려나?

이런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시장에서 에너지, 금속소재, 식량 등 세 가지 주요 원자재군이 동반상승하는 ‘트리플 강세’가 펼쳐질 조짐이 크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이유로는 크게 국제 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감과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은 미국의 양적 완화 등 선진국의 과잉 유동성에 기인한 것으로 투자은행들이 싼값의 돈을 원자재 시장에 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고 이상 한파로 인해 석유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특히 국제 유가가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 가격도 앞으로 한동안 이상기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라니냐’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폭설과 한파가 반복되면서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경작지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0.5℃ 낮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해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북미지역에 장마 가뭄 폭설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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