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부가가치 높여 농업인 소득증대

WTO, FTA 등 농업 개방화 가속도에 비해 국내 농업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글로벌 시대에 농업인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농가의 소규모 식품가공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농업인의 식품가공은 농업의 2.3차 산업화를 통해 농업소득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지역농산물을 원료로한 식품가공은 지역특유의 맛을 간직한 문화이고 대표적인 지역 웰빙 상품으로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가에서 식품가공을 하려면 소규모라도 식품위생법에 규정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영세한 농업인이 모든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다. 게다가 식품위생법에 특례 규정이 있어도 농가의 소규모 식품가공에 대해 별도의 시설기준을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상위법인 식품위생법을 적용하고 있어서 농가의 식품가공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가의 소규모 식품가공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적 지원과 육성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에 관한 지원의 책무와 시설에 관한 관리·지도,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한 안전성 관리, 지역농산물의 식품가공 지원·육성에 지역민의 참여 등의 필요성을 제정될 조례의 대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장류, 떡류를 비롯해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농산물 가공식품들에 대한 농가의 소규모 식품가공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농가 장류업체 40여개

1970년대 도시화와 더불어 장류업체는 150개소 이상 난립했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산분해 간장의 유해성 논란 등 장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대한장류공업협동조합에 등록한 업체수가 줄어 2009년 82개이고 정부 지원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로 설립된 농가의 장류업체는 40여개에 달한다. 시판되는 장류의 90%는 대한장류공업협회에 등록한 상위 10여개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농가 또는 개별 음식점 등에서 자가소비 또는 영업용으로 가공한 장류가 지인을 통해 소량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대량생산으로 제조된 장류보다 특정 지역의 개성있는 장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개인 제조 장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장류업계는 제품개발과 치열한 판촉활동 등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제조 장류의 가정내 사용은 된장이 25.5%로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장류를 직접 제조해 소비하는 경우가 여전히 높았다. 가정에서 제조한 것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농가 또는 개인이 제조한 장류의 소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까지 원료사용, 식품위생 등에서 신뢰를 얻는 것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감(2009년 6월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 공장 장류 사용 비율은 고추장 43.3%, 된장 25.5%, 쌈장 33.0%로 나타나 고추장 사용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통식품 경영 어려움

농촌여성일감갖기 차원에서 1997년 강원도 양양에서 보조금 지원으로 가족 3명, 고용인 3명(메주 가공시기)의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매년 사업확장을 통해 전통방식으로 제조하는 농가 체험장까지 갖추어 2007년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등 슬로푸드를 실현했다. 그러나 전통장류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통식품을 유지하며 경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농촌에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설투자를 했으나 경기악화로 고급 장류 수요가 급감해서 2010년 매출은 전년대비 40% 감소한 상황이다.


1년 이상 숙성, 운영자금 부족

경북 문경의 경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향토음식연구회에서 활동하며 맛을 평가받았고 창업보육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한 후 작업장 등 시설의 지원을 받은 경우이다. 고향으로 귀농한 귀농자로 장류 가공 노동력은 가족 3인이다.

그러나 장류는 1년 이상 숙성이 필요한데 매출이 연중 불규칙(80%이상 직거래로 판매)하므로 원료구입시기에 운영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또한 농촌지역 노동력의 고령화로 메주 가공시기에 일손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공시설의 자동기계화를 고려하고 있으나 투자비를 회수할 만큼 매출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


직거래 안정판매 도움안돼

경기도 가평의 경우 도시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경영주가 농촌에 토지를 구입하고 경영주의 부모가 농촌의 가건물에거 거주하며 장류를 생산하는 형태이다. 2007년 음식점을 개업하며 자가 제조 장류를 사용하는 식단으로 입소문이 났고 음식점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이 된장, 간장 등 장류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장류 가공생산을 늘리려고 군청이나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으나 교육을 비롯한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판매를 위해 영업신고가 필요한 것은 알고 있으나 신설기준이나 심사가 엄격하다고 해서 보류한 상태이다. 향후 주택 건설 후 작업장 시설을 갖춘 후 영업신고를 고려하고 있다.

이렇듯 장류는 이미 전국적인 식품가공 특화산업이 되어 생산되고 있다. 지자체는 전통식품 인증업체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하고 직거래를 권장하지만 직거래는 안정된 판매에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생산 지속에 한계가 있다.


과즙류 연중생산 가능

과일은 보통 생산량의 5~10%가 등외품으로 발생하는데 농가의 등외품 처리방법은 상품가격의 1/2~1/3 수준으로 원물로 판매하거나 과즙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포도농가 324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도 농가는 포도 생산량의 약 6%를 포도즙 또는 와인, 잼 등으로 가공 생산한다. 포도즙은 농가에서 직접 만들거나 건강원을 포함한 소규모 식품가공업체에 위탁하고 포도즙은 친인척에게 판매하거나 주문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자가소비용으로도 가공한다.

포도 표본농가 중 과거에 포도즙, 포도잼, 와인 등의 가공경험이 있는 농가는 12%에 불과하지만 가공 의향이 있는 농가는 28%로 높은 편이다. 가공의향이 높은 이유는 가공할 경우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 26%로 가장 높고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방법이기 때문 24%, 포도주 가격이 안정적 21% 순으로 나타났다.

원료 과실을 냉장 저장해 보관하는 시설을 갖추면 과즙류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소규모 식품가공은 대부분 연중 소량 생산이고 장류와 달리 위생·청결이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농가 스스로 자체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즙 가공, 약 2배 순수익 증가

경북 문경의 농업인은 친환경저농약재배로 2㏊(6천평) 규모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사과 원물로 판매할 경우 연매출 약5천만원(순소득 50%) 수준이다. 2006년부터 농업기술센터의 협조로 사과즙 가공을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던 중 2007년 정보화마을로 선정돼 전자상거래의 판로를 확보하고 그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공업(즙, 슬라이스칩)을 시작했다. 가공시설비는 정부 및 지자체 보조(30%)를 받아 총 7천만원으로 완성했다. 원료 사과는 전량 자가 생산이며 가족 3명(부부와 차남)과 상시고용(여성) 3명의 노동력이 있다. 상시 고용은 시기에 따라 적과, 수분 등 과수생산에도 참여하며 가공에 참가한다.

판매비율은 전자상거래 및 전화주문 60%, 지자체 학교급식 납품 20%, 지인을 통한 개인판매 20%이다. 과즙 가공시설 도입 후 연간 순수익이 사과즙 가공 이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사과즙은 사과 산물로 판매할 때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된다.


떡 유통기한 짧아, 주문 위주

떡류 가공에서 떡은 저장기간이 평균 1~2일로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대부분 주문시스템에 의한 생산·유통 체계이다. 떡 생산은 대형 브랜드인 전문 떡집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전통방식인 가내수공업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 양양의 농업인은 산촌지역의 경지가 협소한 마을에서 농업 소득이 빈약해 35년 전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떡을 가공 판매하고 있다. 이른 아침 떡을 가공해 관광지에서 한나절 노점상으로 판매한다. 10년 전 각종 신문·잡지에 소개된 후 떡 가공과 함께 떡 만들기 체험 등 관광·민박을 겸하며 산나물 등 지역산 농산물도 주문·공급하고 있다.

현재 떡 생산은 2~3일 전 주문량만 가공하므로 재고 없이 생산이 안정돼 있다. 60대 부부의 노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만 주문받고 식품제조가공업 신고를 획득했다. 떡 생산품목은 명절이나 돌잔치, 혼례 등 행사용, 선물용 등 10여 종류이다. 한옥의 재래식 부엌을 이용해 생산하는데 지자체에서 위생점검하며 ‘식품위생법’ 운운할 때는 난감하다.


 전통식품 가공공장 협소

이렇듯 장류, 과즙류, 떡류 가공 등 농업인 사업장은 대부분 공간이 협소해서 입실전실, 원료 전처리실, 제조가공실, 충전실(포장실 포함) 등 시설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농업인 식품가공 사업소에 전실이 마련되지 않아 기본적인 손세척, 작업복 청결 문제 등 위생 관리에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또 식품가공 종사자가 식품위생에 대하여 별도 교육을 받거나 자체 위생교육도 거의 없어 위생관리 의식수준이 낮다. 대부분의 작업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수동식 작업도구를 이용하고 있는데 작업공정이나 위생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찾아 볼 수 없다.


지자체, 농가 식품가공 책임져야

 이를 포함해 소규모 영세 농업인들만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농가 소규모 가공식품’ 제조 농업인들에게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부분이다. 지자체는 ‘농업인 등의 농외소득 활동 지원 법률’에 따라 농외소득 활동의 지원육성 책임과 함께 ‘식품안전기본법’에 따라 농업인이 식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행위 등을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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