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보람은 소비자와 신뢰를 나누는 것

  
 
  
 
김희자 요나농산대표 - 1985년 표고버섯 재배 시작. 2005년 성균관대 농업인최고경영자 정보화 과정 수료. 현 경기도 G마크 연합 사업단 이사.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많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요나농산>. 이곳의 주인장 김희자 대표는 무농약 표고버섯 생산, 자연 햇볕 아래서 건조시킨 슬라이스 표고버섯인 해표고, 표고버섯 분말 등 ‘표고버섯’ 한 가지 품목으로 지금의 5천 평 농장을 일군 억척 여성농업인이다.

최근 버섯강정, 표고버섯 음식 프랜차이즈 개발, 표고버섯 반찬 메뉴 개발 등 새로운 사업 구상에 빠져있는 김 대표는 “도전하고 연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의 성공은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서울 유학생 귀향에 ‘실패자’ 낙인 찍혀
1985년 김 대표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건강까지 나빠진 서울토박이 남편과 함께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에 오니 이웃들의 눈빚이 그다지 따뜻하지는 않았어요. 당시 서울에서 유학까지 한 사람이 남편과 낙향했다면 그것은 ‘실패자’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시 마을에는 ‘구판장’이 있었다. 마침 마을 이장님이 김 대표에게 마을 구판장 운영을 권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김 대표는 시골의 생리를 파악하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사의 ‘알짜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특권’도 누릴 수 있었다. 이때 그는 ‘표고버섯’ 재배를 결심했다. 1년 동안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이왕이면 ‘무농약’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품질에 쏟은 정성만큼 헐값에는 안 판다
땅 한 평 가진 것 없이 남의 토지를 빌려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했지만, 그 후 10년간 수익은 없었다. 돈이 생기면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두 투자로 들어갔다.

농사란 게 자본금 없이 처음 자리 잡을 때까지는 남자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스스로 ‘내조자가 아닌 사업 파트너가 되자’고 다짐했고 험한 육체노동 앞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표고버섯 재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참나무’를 확보하는 일. 벌채에서부터 드릴로 구멍을 뚫는 종균작업과 자신의 허리보다 굵은 참나무들을 골고루 뒤집어 주는 일도 직접했다. 지금이야 요령으로 일한다지만 처음엔 몸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농업을 생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농산물 가격 등락이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고가의 농산품인 ‘표고버섯’도 가격이 1관에 20~30만 원일 때도 있지만 2~3천 원까지 떨어질 때도 있다.
들쭉날쭉한 시세만 쳐다보며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김 대표는 12년 전 남편과 함께 일본에 가 ‘표고버섯 가공법’을 배워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생 표고 아니면 말린 표고가 전부였는데 일본에서는 ‘슬라이스 가공’으로 상품가치를 높이더라구요.”

그의 판단대로 <요나농산>의 ‘슬라이스 표고버섯’은 효자상품이 되었다. 이후 천연 햇볕에서 말린 표고버섯인 ‘해표고’를 브랜드로 출시했다. 표고버섯은 식품이지만 약용효과가 뛰어나며, 특히 햇볕에 말릴 때 효과가 더 커지는 특징이 있다. <요나농산> 단골고객 중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 온 암환자 가족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농약 인증’을 비롯해 해외수출을 위해 ISO인증도 받았다. 특히 경기도지사가 품질을 인증하는 ‘G마크’는 도내 표고버섯 농가로는 <요나농산>이 유일하게 획득했다.

그는 버섯을 출하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 ‘저급 상품은 폐기한다’ 둘째,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제품에 대한 자존심은 서울 가락시장의 도매상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일정 수매가 이하로 값이 떨어지면 서울까지 트럭을 몰고 올라가 다시 가져가는 그의 고집도 놀랍지만, 그만큼 정직한 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 도매시장에 기대지 않고 노력한 만큼 적정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유통망이 필요했고, 그는 생산량의 70%를 전자상거래와 직접 판매로 소화했다.

물론 직접 판매를 할 때에도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 예를 들어 말리는 과정에 색깔이 이상해지면 그는 이유를 설명한 쪽지를 하나 넣어 보내는데, 고객들은 그의 설명을 100% 믿는다. ‘신뢰’를 통한 직거래는 단지 ‘수익증대’가 아닌 그에게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보람까지 느끼게 해준다.

기술 전수해 줄 후계자 없어 고민
그의 요즘 고민은 ‘후계자’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의 모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이 버섯재배를 배우겠다며 그를 찾아왔다. 1년 넘게 귀농을 준비했다는 그는 각오도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힘들다’며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그 사람은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어떻게 적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란다.
“농사는 창의적인 일입니다. 매년 같은 일을 해도 매년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되니 정해진 매뉴얼이 있을 수 없어요. 생산에서 제품 디자인, 유통, 판매 그리고 회계업무에서 고객관리까지 한 마디로 ‘종합예술가’가 되어야 합니다.”

김 대표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술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귀농지원이 보다 현실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귀농 농민의 성공 사례가 많은 이유는 내려오는 농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연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귀농인이 처음 정착할 때 최소한의 뒷받침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대부분 농가가 그렇듯 명절은 1년 매출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시기다. 특히 표고버섯은 명절 선물용 단골상품인지라 김 대표는 지난 추석을 무척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김 대표는 “명절 선물 문화가 완전히 변했어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직원이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이제 ‘농산품’이 아닌 ‘상품권’을 선호하니까요”라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농산물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되는 ‘브랜드화’에 대해 김 대표는 쓴소리를 던진다. 하나의 제품에 지자체 브랜드, 농협마크, 갖가지 인증표, 농가 브랜드까지 붙이니 소비자의 변별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는 “유통은 양심”이라고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도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운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통에서 ‘농간’이 일어나면 농가도 소비자도 손해 볼수밖에 없다. 그는 “지자체에서 브랜드만 내놓지 말고 관리에 노력을 쏟아야만 진정한 ‘브랜드 전략’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희자 대표 성공 4계명

1. 앞선 작물을 재배하라
농산물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2. 한 우물을 파라
이것저것 옮겨 다니지 말고 한 가지에 매달려라. 그럼 성공한다.
3. 양심을 파는 것이 농업이다
보이지 않는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
4. 원칙을 지켜라
정해진 룰이 없는 농업에서 길을 잃지 않고 초지일관하는 방법은 자신과 한 약속, 즉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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