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한파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배추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시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농협 위주의 노지 채소 등 ‘농산물수급안정 및 유통구조개선 대책’을 지난달 18일 발표했으나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추는 생산자와 산지유통인의 거래비율이 약 80%를 웃돌고 있어 단기간에 생산자와 농협의 계약재배를 확대시키기는 어렵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산지계약재배 형태가 산지유통인의 포전매매와 일선조합의 계약재배로 이원화된 체제에서 계약재배사업 경험이 부족한 농협중앙회가 시장에 참여한다면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10년 농협의 노지채소 계약비중을 보면 봄 무 배추는 전체 생산량의 1%, 고랭지 무 배추는 26.7%, 가을 무 배추는 4.4%로 나타나고 있다. 고추 마늘 양파 대파 당근의 계약재배 비중은 각각 5.2%, 13.3%. 18.3%, 2.8%, 11.5%이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직접 산지에 진출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중앙회 적립금 50%와 일선조합 적립금 50%로 처리하는 등 생산자단체인 농협을 중심으로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직거래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5~7단계의 유통단계를 3~4단계로 줄여 유통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큰 폭으로 농산물가격이 등락할 시, 가격조정기능을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농협의 직거래 물량을 전체 유통량의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대책에 대해 “농산물 수급안정도 생산자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농협 중심으로 생산농가 계약물량을 확대해 실효적 수급안정이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추의 경우 산지유통인이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농협의 직거래 보다 상대적으로 유통비용이 높고 지난해 가격급등에도 농가는 이득을 보지 못한데서 이번 대책이 나오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농협이 노지채소 직거래물량 확대를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노지채소 수급 현황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와 농협은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노지채소에 대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무, 배추(봄, 고랭지, 가을, 겨울), 고추, 마늘, 양파, 파, 당근, 고랭지감자 등 노지채소는 8개 품목이다. 시설채소로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풋고추, 5개 품목을 비롯해 과실류는 사과, 배, 단감, 감귤 4개 품목이다.

노지채소 수급안정사업 자금은 계약재배자금(품대, 제비용)과 운용자금으로 사용되며 품대는 조합의 사업신청시 제시한 계약단가 기준으로 지급하고 사후 정산한다. 제비용은 수확작업비 포장재비 운송비 저장비 등 품목별 유통비용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품목별 지원율은 무 배추 감자 80%, 대파 당근 70%, 마늘 양파 100%이다.

지원형태는 정부자금 80%, 자부담 20%(농협중앙회와 사업농협이 각각 10%)이며 지원조건은 10년 거치(무이자) 형태이다. 계약주체는 지역농협, 영농조합법인, 연합판매조직, 대형유통업체, 가공업체 등이고 계약대상은 재배농가,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등이다. 계약후 사업물량 관리는 농가가 출하 시까지 관리하게 된다. 대금지급은 노지채소의 경우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구분해 지급하고 시설채소는 총 약정금액의 80% 이내에서 약정보증금을 지급한다.

이 때 판매가격이 계약가격(100%)의 110~120%를 초과할 경우 계약 당시 정한 비율에 따라 계약 주체와 계약 대상자간에 초과이익을 공동 분배한다. 반면에 판매가격이 계약가격의 80~90% 이하로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계약 시 정한 비율에 따라 계약주체와 계약대상자 간에 손실을 공동 부담한다.

농협 계약재배 실적 미미

농촌경제연구원의 ‘농협의 노지채소 계약재배 실태와 확대방안’에 따르면 농산물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고 있는 농협의 계약재배 사업 비중은 매우 작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최근 작황부진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농협의 계약재배 비중을 보면 봄 무 배추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1%, 고랭지 무 배추 26.7%, 가을 무 배추 4.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작형에 비해 고랭지 무 배추 계약거래 비중이 큰 것은 고랭지 무 배추의 주산지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고 계약재배사업을 추진해 온 일부 농협이 유능한 전문인력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고정적인 판로처를 확보해 농가들과 장기간 신뢰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판단됐다. 계약재배 비중은 고추 5.2%, 마늘 13.3%, 양파 18.3%, 대파 2.8%, 당근 11.5%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농협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계약재배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 수 또한 2008년 594개를 정점으로 증가 후 점차 감소 추세이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 수는 2008년 5만6천21호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계약재배 전문성 부족

배추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농협은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지역과 가을 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라남도 일원에 국한돼 있다. 배추는 가격변동이 타 작물에 비해 크기 때문에 경제사업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농협 입장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품목이다고 농경연은 분석했다. 또한 채소류 수급안정화사업 주체인 일선 농협은 배추를 대상으로 채소류 수급안정화 자금을 활용해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할 만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현재 배추 생산농가의 약 80%가 산지유통인과 포전거래를 하고 있어서 일선 농협이 위험을 감수하고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산지유통인은 농협의 노지채소 계약재배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보다 더 이른 시기에 계약을 시작하며 농협이 제시하는 계약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생산자와 계약하는 경향이 있다.

산지유통인은 생산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부터 포전 관리, 재배 및 수확, 출하 등 모든 작업을 담당하고 출하시기에 시장 가격변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일정하게 부담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산지유통인과의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에 일선 농협은 배추의 시장가격 변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당하면서 정부의 노지채소 계약재배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가격 하락시 안전장치 미비

또한 농협이 노지채소 계약재배사업을 적극 활용하려 해도 배추 출하시기에 시장 가격이 폭락했을 경우 손실 보전과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배추 계약재배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곤란한 입장이다고 평가했다. 농협이 채소류 수급안정화사업을 활용해 계약재배를 실시할 경우 출하기에 시장 가격이 하락하면 가급적 경영비 수준을 보호하고 있으나 경영비 수준보다 시장 가격이 더 떨어지면 손실을 보장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배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일부 농협은 이윤이 발생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립해 차기연도 계약재배와 출하기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활용하지만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아 계약재배를 확대하기 어렵다. 농협이 배추 출하기에 시장 가격이 상승해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으며 시장 가격이 폭락할 경우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농협이 자체 적립금을 활용해 배추를 계약재배 해도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경우가 있어서 담당직원이 책임감을 갖고 배추 계약재배를 적극 실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 작업단 부재

산지유통인은 생산자와 계약 직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농작업단을 통해 포전관리, 재배, 수확 및 출하 등을 일괄적으로 하는 반면 농협은 생산자에게 노동력에 관련된 편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배추 생산자는 대부분 고령화돼 있고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출하기까지 포전을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주로 산지유통인과의 포전매매를 실시하고 있다. 산지유통인이 운영하는 농작업단은 주로 5~10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배추 수확시기에 따라 전국을 순회하면서 포전관리, 수확 및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농작업단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가 출하기까지 포전관리, 재배, 수확 및 출하 등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로 개척 능력 부족

더욱이 배추를 취급하는 일선 농협은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해도 도매시장 이외 마땅한 판로가 없고 가격 변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매시장은 경매제 위주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량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큰 특성이 있다.
반면 농협은 도매시장 가격변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계약재배사업을 적극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김치공장과 대형유통업체는 원재료 가격변동이 커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처와 안정된 단가로 계약을 하고 있다. 반면 일부 농협을 제외하고 배추를 취급하는 대다수 농협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김치공장 및 대형유통업체에 일정 물량을 꾸준하게 납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직거래 확대, 신뢰확보 전제돼야

이렇듯 2015년까지 농협과 농가간의 직거래 계약을 전체 유통량의 50%로 확대하려면 현재 산지유통인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농협이 어떤 형태로든 흡수하면서 농업인들에게 신뢰를 심어 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과제로 남아 있다. 산지유통전문가 등 인력 확보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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