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지난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결과 작성된 협정문서와 부속서 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농업관련 주요사항은 제3장 ‘농업’과 제2장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및 시장접근’에 기재돼 있는데 제3장의 경우 일반상품과는 별개로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규정을 담고 있으며 수입쿼터(TRQ),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 농업위원회 설치 등 5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세부문안에 대한 법률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6월말 양국이 서명할 협정문서에는 검토내용이 반영돼 문안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정문서와 부속서는 농림부,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 관련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4월 2일 양국의 공식타결 선언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농산물시장을 비롯해 대부분 분야에서 ‘만족할만한 협상결과’를 얻고도 노동, 환경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협상 이전에 이미 쇠고기, 스크린쿼터, 자동차, 의약 분야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통해 국내시장을 내준 데 이어 1년여의 협상에서도 거의 전 분야에서 미국에 밀리며 협상타결에 급급해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한미FTA 협정문안은 다시 논란의 불을 댕겼다. 정부는 협상을 끝낸 뒤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키로 했다며 마치 ‘성공적 협상’을 벌인 양 국민과 농업인을 현혹했지만, 공개된 협정문안에는 품목별 세이프가드의 단1회 적용이라는 조건이 붙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같은 ‘독소조항’은 농업분야 협상결과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대부분 협상분야에 걸쳐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농업단체를 포함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공개된 협정문안을 면밀히 검토, 평가하는 ‘검증작업’에 돌입했으며 정치권도 6월 국회에 청문회를 개최키로 해 향후 협상결과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정문…드러난 ‘독소조항’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달 25일(한국시각) 한미FTA 협정문안을 동시에 공개했다. 핵심쟁점분야 협상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문서 곳곳에 숨어있는 독소조항이 발견됐다.

특히 농산물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횟수가 관세감축기간중 단1회로 제한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농업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를 이끌어냈다고 자화자찬했던 정부의 ‘비겁한 행동’에 농업인들은 배신감마저 느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미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농대위)는 지난달 31일 ‘협정문서 공개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토결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전 품목 관세철폐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의 심각한 ‘농업말살협상’으로 공개이후 ‘독소조항’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농대위는 회견에서 ▲세이프가드를 1회로 제한한 조치는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는 점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이나 식량안보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의제가 협정문안 어디에도 없다는 점 ▲미국의 농업보조금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아 한미간 심각한 불공정 무역경쟁 판이 됐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협상 무효화를 요구했다.

범국본, 검증·평가 돌입
문서가 공개된 뒤 농산물 세이프가드 제한적용 문제와 함께 투자자·국가소송제도, 섬유수출업체의 원산지 검증 문제 등 합의내용을 두고 득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경우 대상에 협정상 의무위반 뿐만 아니라 투자계약이 포함된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저작권 문제도 한국의 일방적 의무만을 담은 ‘항복문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범국본은 지난달 28일 “정부는 ‘불법 복제와 전송을 금지하는 국내법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했으나 협정문의 부속서한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무단복제와 전송, 다운로드를 ‘허용’하기만 하면 폐쇄 대상이 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지난달 28일 지적재산권분야에 대한 평가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의약품, 의료기기, 쇠고기, 농업, 금융, 자동차,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 분야별 협정문 평가회견을 열기로 했다.



타결까지 고작 14개월…한미FTA 협상일지

미국과의 FTA 협상은 정부가 공청회 절차를 밟지 않은 채 2006년 2월 기습적으로 협상개시를 선언하면서 시작됐으며 올해 3월말로 잡힌 협상시한을 48시간 연장하면서까지 ‘타결을 위한 협상’을 벌인 끝에 4월 2일 타결에 이르렀다.

◇ 2006년
▲ 1월 13일 : 농림부 미국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합의 발표
▲ 1월 18일 :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협상의지 천명
▲ 1월 26일 : 한덕수 부총리, 스크린쿼터 절반 축소 발표
▲ 2월 2일 : 공청회 무산. 대외경제장관회의 협상개시의결
▲ 2월 3일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미 의회서 협상선언
▲ 3월 28일 :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 4월 15일 : 한미FTA 협상반대 1차 범국민대회
▲ 4월 17, 18일 : 비공식 사전협의, 협상일정 등 논의
▲ 5월 11일 : 대외경제장관회의 협정문초안 확정
▲ 6월 5∼9일 : 제1차 공식협상(워싱턴), 협상반대측 원정시위
▲ 6월 27일 : 정부합동 2차 공청회 파행·무산
▲ 7월 10∼14일 : 제2차 협상(서울), 첫 양허안 교환
▲ 7월 12일 : 한미FTA 협상반대 2차 범국민대회
▲ 9월 6∼9일 : 제3차 협상(시애틀)
▲ 10월 23∼27일 : 제4차 협상(제주)
▲ 12월 4∼8일 : 제5차 협상(몬태나 빅스카이)

◇ 2007년
▲ 1월 15∼19일 : 제6차 협상(서울)
▲ 2월 11∼14일 : 제7차 협상(워싱턴)
▲ 2월 26일 : 한미 통상장관급 회담(워싱턴)
▲ 3월 5, 6일 : 농업 차관보급 회담
▲ 3월 8∼12일 : 제8차 협상(서울)
▲ 3월 19∼22일 : 농업 고위급 회담(과천)
▲ 3월 26일 : 통상장관급 회담 시작(서울)
▲ 3월 31일 : 협상시한 48시간 연장 발표
▲ 4월 2일 : 한미FTA 협상타결 발표(서울)
▲ 5월 25일 : 협정문안 공개(한미 양국 동시)

◇ 향후 일정(잠정)
▲ 2007년 6월중 : 재협상(노동·환경분야)
▲ 2007년 6월 29일 : 협정문서 ‘본서명’
▲ 2007년 9월 : 정부,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계획
▲ 2008년∼2009년 : 국회 비준동의안 상정·처리(예상)




협정문서 어떻게 구성됐나?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문서는 전문(Preamble), 장(Chapter), 부속서(Annex), 부록(Appendix)과 부속서한(Letter) 등으로 구성된다.

한미FTA 협정문서도 일반 FTA 문서와 같은 형식으로 1개 전문, 24개 장, 수 십여 부속서와 부록, 서한들로 구성됐다.

전문에는 한미 양국이 FTA 협상에서 약속한 협정 체결의 목적과 대원칙이 제시됐다.
각 장에는 협상부문별 일반원칙과 함께 관련 부속서가 포함된다. 전체 장은 주요분야로 나눌 경우 상품분야는 2∼10장, 투자·서비스분야는 11∼15장, 기타분야는 16∼24장으로 볼 수 있다. 농업부문은 제3장에 수록됐다.

전문과 각 장이 한미FTA의 대원칙과 분야별 일반원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면 부속서, 부록, 서한에는 전문이나 각 장에 담지 못한 세부원칙, 특정 통상사안의 합의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부속서가 실질적인 세부합의사항을 다루고 있다.

부속서 가운데 핵심은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양허안은 각 상품품목별 관세철폐나 관세감축률, 관세철폐 이행기간 등을 다루고 유보안은 양허안에서 제외되는 서비스의 목록과 그 내용을 담고 있다. 품목별 원산지 기준도 중요한 부속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농업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나 자동차관련 분쟁해결절차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양국간 합의내용을 담은 부속서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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