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가공무역으로 농업수출대국으로 성장

네덜란드도 가족농 중심의 대농으로 규모화되는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농가수가 1970년 18만가구에서 2007년 7만7천가구로 감소한 반면 30ha 이상 대농 가구는 10배나 늘어났다. 유리온실 농가도 1975〜2007년 사이 8천가구에서 4천가구로 줄었으나 1ha 이상 유리온실 농가는 3배 이상, 2ha이상 농가는 11배 이상 증가했다.

네덜란드 농업은 지난 참여정부에서 우리 농업의 발전모델로 부각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작은 나라지만 세계 최고의 농업수출국으로 자리잡은 네덜란드를 미국이나 중국,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농업의 대안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농업의 규모화와 수출을 통해 기업농과 대농을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가족농과 소농을 위주의 농업구조를 점진적으로 규모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농업 구조조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방법에 대해 최근에는 비판적인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와 여건이 달라도 많이 다른 국가의 농업상황을 직수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한국 농업발전에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좁은 농지에 농가 수가 120만가구에 달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17세기에 이미 유럽 최고의 소득수준에 올랐던 나라.
네덜란드 농업이 한국 농업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이고, 모델로 활용할 경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지 알아본다.


■ 중계·가공무역으로 농산물 837억 달러 수출

네덜란드의 국토면적은 우리나라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농지면적은 192만9천ha로 우리나라 175만9천ha보다 넓다.
그런데도 농가는 8만1천가구에 불과해 농가당 경지면적은 23.2ha나 된다. 1.5㏊에도 약간 못미치는 한국 농가에 비하면 15배 이상의 농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대부분이 평지로 이뤄져 전 국토의 56.7%를 농지로 이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세계 8위의 무역국이며 세계 3대 농ㆍ축산물 수출국으로 전체농가의 25%가 연간 1억원에 가까운 고소득 원예작물 농가로 농업부문 만큼은 한국보다 대국이요, 강국이다.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837억달러로 국내 농산물 생산액 346억달러의 2.4배나 된다.

주요 수출농산물의 연간 수출실적을 보면 계란은 무려 84억개, 화훼는 52억4천700만 유로, 채소는 37억6천만 유로, 감자는 487만톤, 돼지고기 124만1천톤을 해외에 내다팔고 있다.

농업 생산액으로만 보면 같은 해 한국의 360억달러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이처럼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실적이 높은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인구가 우리나라의 3분의 1 정도로 국내 수요가 적은 만큼 수출여력이 있다.

이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보다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외국에서 수입해 포장이나 가공과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훨씬 더 높여 재수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농산물 수출대국이면서 동시에 거대수입국으로 수입액이 전체 수출액의 65%인 529억달러이나 된다. 수출액 기준으로 두번째 비중이 큰 치즈를 예로들면 연간 수출량이 60만톤인데 치즈 수입량은 19만톤, 치즈 원료인 우유수입량은 66만톤이나 돼 방대한 수출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고영곤 GS&J 농정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네덜란드는 자국 생산액의 1.5배에 달하는 농산물을 수입하고 생산액의 2.4배 상당액을 수출하고 있다”며 “여기서 네덜란드가 수입농산물을 재수출하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화·규모화와 시장경쟁을 통한 구조조정

네덜란드의 농업수출은 이미 16세기부터 낙농품을 수출하고 식량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특수성과 유럽 최고의 소득수준을 달성한 경제적 여건이 배경이 됐다.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온 결과이다.
네덜란드 농업의 강점으로 꼽히는 온실원예와 경매제도 또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으며 원예농업이 농업생산의 30%를 차지하기까지도 같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농산물 무역업과 가공산업도 100여년의 역사를 통해 발전했다. 이와함께 네덜란드에서 정부는 농업생산이나 개별농가의 선택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시장을 통한 경쟁과 선택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주목할 점은 전문화ㆍ규모화도 시장경쟁을 통해 진행됐다는 것이다.

EU 공동농업정책에 의한 직불제 외에 따로 개별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것에는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농가의 탈농을 원활히 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하 결과 농가수가 1970년 18만가구에서 2007년 7만7천가구로 감소한 반면 30ha 이상 대농 가구는 10배나 늘어났다. 유리온실 농가도 1975〜2007년 사이 8천가구에서 4천가구로 줄었으나 1ha 이상 유리온실 농가는 3배 이상, 2ha이상 농가는 11배 이상 증가했다.

고영곤 소장은 “네덜란드 정부는 기술개발과 교육에 집중투자해 개별농가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 EU 통한 보조금 지급률 20%, 한국의 3배이상

네덜란드농업은 이처럼 규모화 되고 있지만 농업경영체의 95%는 가족농이며 협동조합이 유통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즉 전문화.규모화가 진행됐지만 기업농이 아닌 가족농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농업노동력 중 가족노동의 비중은 1992년 72%에서 2008년 69%로 감소했으나 화훼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가족노동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가족농들은 협동조합이나 농민단체, 품목위원회 등의 농민조직으로 뭉쳐있다.
협동조합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시장점유율은 전분 100%, 화훼 95%, 농업자금융자 87%, 우유 85%, 과일ㆍ채소 60%, 영농자재구매 54% 등으로 조직률이 매우 높다.

품목별ㆍ기능별 전문조합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고 이는 네덜란드 농업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협동조합중에는 ‘라보뱅크’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사례들이 많은데 농민들의 협동심과 전문경영, 조합ㆍ농민단체ㆍ품목위원회간 역할분담, 철저한 수익추구형, 경영여건 변화에 대응한 인수합병을 통해 농산물 판매와 수출을 주도했다.

네덜란드 농업은 이처럼 협동조합을 토대로 한 가족농 중심의 대농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는 농가는 25%에 불과하며 나머지 농가는 연간 1천만〜6천만원의 고액의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다.

농민에 대한 보조금은 네덜란드 정부에서 직접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EU의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만 보더라도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이 우리나라의 5.7%보다 월등히 높은 19.7%에 달한다.

고 소장은 “네덜란드 농가의 51%를 차지하는 낙농가와 비육농가, 15%를 차지하는 곡물생산농가는 EU 공동농업정책에 따라 가격보호를 받고 있고 대부분 상당한 수준의 직불금을 받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직불금 제도가 농업경쟁력을 약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덜란드 정부가 특정 경영형태를 유도하지 않고 경쟁과 효율성에 따른 시장의 선택에 맡겨 전문화ㆍ규모화를 이루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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