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 없고 짜지 않아 웰빙식품 ‘입소문’ 자자해

옛고을 전통장마을 대표 정서영(66) 이영희(70)씨 부부는 경기도 고양시에 또 하나의 명물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의 토종 장류가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으며 도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공무원과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이들 부부가 식품 가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 2003년의 일이다. 당시 고양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몇몇 사람들과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을 하던 중 수익이 나지 않자 이들 부부만 남은 것. 사업을 시작하며 처음 찾아온 위기였다.

“사업비로 총 4,000만원이 나왔어요. 적지 않은 돈이었죠. 사업을 벌인 후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않자 모두 사업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고사하고 나섰죠. 하지만 저는 기회다 싶었습니다. 사실 그때 우리는 ‘우리만의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거든요.”

이들 부부가 터전을 잡고 있는 고읍마을은 물좋고, 공기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 하지만 이들 부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일이 토종장류의 생산이었다.

“장은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품이에요. 최근에 주거 환경의 변화로 집에서 장을 담궈 숙성시키기 힘든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 도시주부들이 가정의 장을 직접 담을 수 있도록 체험을 열었어요. 입소문을 타고 한 분 한 분 찾아주시더라고요.”

입소문을 타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옛고을을 찾는 동안에도 이들 부부의 노력은 계속됐다.

이들 부부는 체험을 오는 도시민들에게 직접 밥을 지어 대접하고, 콩을 삶는 압력솥까지 직접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또 콩을 비롯한 모든 재료를 직접 수확하거나 인근 파주에서 들여와 로컬푸드도 실천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 여기에 도시민들이 직접 장담그기와 장가르기를 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펼치는 믿고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흥행으로 이어져 지금은 500명이 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한 번 와서 장을 드신 고객들은 꼭 다시 저희 집 장을 찾으세요. 거기다가 친구들까지 하나 둘 데려오면서 회원수가 늘고 있어요. 입소문이 힘을 느낄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장류 체험행사에는 장독이 필수인데 여러 가지 물가가 오르면서 장독값도 콩값도 많이 올랐어요. 체험비를 조금 올리긴 했지만 회원이 많을 수록 유지비가 더 들어가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회원수를 더 이상 늘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좌절하지 않는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수익에 대한 큰 미련은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옛고을도 사업장이라 수익을 내기 위한 곳은 맞습니다. 하지만 돈 보다는 좋은 장을 만들고, 도시민들과 소통하는데서 더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돈욕심을 부리면 얼마나 부리겠습니까. 많은 농촌여성들과 농촌의 고령자들이 저의 부부의 사례를 통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오늘도 이들 부부는 맛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그 소박한 꿈을 향해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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