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산부인과 병ㆍ의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횡성군 농촌지역의 임산부를 위한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운영된다. 횡성군은 지역 임산부의 산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찾아가는 산부인과’ 버스를 12월까지 총 26회에 걸쳐 운영할 예정이다.

 “언제 진통이 올지 몰라 해산 예정일이 가까워 오면 늘 불안합니다”
고성과 양양, 양구군 등 산부인과가 없는 도내 6개 군 지역을 대상으로 강원도가 지난해 9월부터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진료버스가 고성군보건소를 찾아온 지난 21일 오전.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버스 안 진료 대기실에는 3명의 임신부가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신 7개월째라는 김모(25.여.간성읍)씨는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살다 보니 2주 단위로 찾아오는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에서부터 소변검사와 기형아검사, 당뇨, 초음파검사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진료는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볼 수 없는 정밀초음파검사와 같은 진료와 앞으로 있을 분만을 위해 속초의 한 병원을 별도로 다니고 있다는 김씨는 “산부인과가 있는 도시에 사는 임신부들은 느끼지 못하는 여러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씨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집에 혼자 있을 때 갑자기 태동이 온다든가 해서 급하게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라며 “얼마 전 한밤중에 갑자기 배가 아파 혼이 났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근을 하는 남편도 즉시 집에 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애를 먹었다”며 “하는 수 없이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전화를 걸어 대처법을 안내받고 통증을 가라앉힌 후 다음날 아침 속초에 나가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를 가진지 5월째인 최모(29.여.간성읍)씨도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집에서 병원이 있는 속초까지 30〜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남편 승용차를 이용하지 못할 때는 무거운 몸으로 시내버스를 타야 해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은 그래도 집에 승용차가 있어 덜 불편한데 차가 없었던 첫째 아이 때는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며 “혹시나 한밤중에 병원을 가야 할 일이 있을까 봐 첫째 낳고 바로 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는데다 자가용도 없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첫째 아이는 친정이 있는 대구에 가서 출산했다”고 덧붙였다.

이모(30.여.거진읍)씨는 “혼자 있다가 진통이 오면 119나 보건소 구급차를 이용해 속초까지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다면 이런 불편은 겪지 않아도 될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는 “간성은 그래도 속초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다행인데 속초에서 1시간 거리인 현내면 지역은 그야말로 분만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는 강원도 내 농촌지역의 여성들은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도시여성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다.
산부인과가 없는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첫 아이를 출산한 경북 청도군 청도읍의 김모(27)씨도 임신에서 출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씨는 “임신과 관련한 검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가야 했으나 청도군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친정이 있는 대구의 개인병원에 다녀야 했다”며 “배가 나온 몸으로 집과 병원을 왕복하느라 매번 파김치가 되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이 차로 데려다 줄 때도 있었지만, 업무 때문에 못 데려다 줄 때는 혼자서 병원을 다녀와야 해 힘들었다”며 “입덧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은 물론 교통비 지출 등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산부인과가 없는 농촌지역 여성들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강원도 양구지역 전방부대를 방문했을 때 한 군인가족은 “양구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다 보니 인근 대도시 병원에서 출산예정일보다 일찍 입원예약을 하고 분만을 할 수밖에 없어 예정일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아이를 낳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최근에는 농촌지역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출산에 대한 지원과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건소에 산부인과 전공 공중보건의를 배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산부인과를 전공한 공중보건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이는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원도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공중보건의로 10개월째 진료를 담당하는 이승수(36) 과장은 “산부인과를 전공한 공중보건의가 거의 없어 교대근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내가 이자리를 떠나면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기본적인 진료는 가능하지만 정밀초음파와 같은 검사는 안 되기 때문에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임신부는 큰 병원 진료를 안내하고 있다”며 “춘천에서 거리가 먼 지역은 이동하는데만 4〜5시간이 걸리지만 진료를 받는 여성들이 고마움을 느끼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양기관 종별 분만실 설치기관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산부인과 없는 자치단체는 강원 양양과 양구군을 비롯해 충북 단양, 경북 군위, 영양, 청도 등 9개 지역이며 분만실이 없는 곳은 43개 시,군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태아와 산모 보호에 취약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며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도입한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 등을 채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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