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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모으는 식물유전자

닉네임
김진아
등록일
2010-06-28 17:57:50
조회수
6260
흔히들 햇빛이 좋으면 과일이 더 맛있어지고 색깔이 예뻐진다고 알고 있다. 왜 그럴까?
식물은 광을 인지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유전자가 망가지면 빛이 있어도 빛이 있는 줄 모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볕 좋은 곳에 심어져 있던 과실은 어떻게 될까? 반대로 광이 조금밖에 없어도 광을 잘 모을 수 있으면 햇빛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맛있는 과실을 생산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눈이 없는 식물이 햇빛이 있는지를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 왔고 햇빛을 인지하는 일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으려 노력해 왔다. 태양열을 한곳에 모아 종이를 태우는 돋보기처럼 식물은 많은 햇빛 감지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감지된 햇빛을 에너지로 바꾸어 식물이 자라고 열매 맺는 데 이용한다.

그중에 하나 크립토크롬(Cryptochromes)이라는 유전자는 식물뿐 아니라 박테리아, 동물에서도 청색광(blue light)을 인지하는 역할을 하는 감지자(photoreceptor)이다.
이 크립토크롬(CRY2)을 인위적으로 많이 발현시킨 토마토는 절간이 짧아져 키가 작아지며 몇 가지 대사 물질 생성에도 변화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가령 잎 내의 안토시아닌이나 엽록소 양이 증가하고 토마토 과실 내의 플라보노이드와 라이코핀의 함량이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토마토 꽃을 늦게 피게 하며 측아의 생장을 증가시키는 효과까지 보였다(2005년 Plant Physiology).

식물 생명 공학은 햇빛을 모으는 유전자들을 조작하여 더 강력한 돋보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 강력한 돋보기 덕분에 우리는 더 영양가가 높은 과실을 먹을 수 있고 농민들은 과실의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인류는 재미있는 상상을 실현하면서 엄청나게 발전해왔다.
태양열 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했던 것처럼 식물에 광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면 우리의 먹을거리가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성일:2010-06-28 17:57:50 152.99.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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