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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호르몬과 농업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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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등록일
2010-07-20 13:36:10
조회수
6402
자연의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내리는 것은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봄이라 하였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싹을 깨우고 푸른 신록으로 자라게 하며, 붉은 꽃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고, 아름답게 치장했던 잎을 접고 이듬해 봄을 기다리며 추운 겨울동안 다시 잠이 들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햇빛과 물, 땅과 공기의 변화에 따라 식물은 자연의 섭리에 맞게 생장과 발생을 조절한다. 어린아이가 성장호르몬의 작용으로 키가 쑥쑥 자라듯이, 성호르몬에 의해 남성과 여성으로 아름답게 변화하듯이, 식물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이 있어서 생명의 희로애락을 이끌어 간다. 사람의 신체활동이 12가지 이상의 내분비샘에서 만들어지는 20여종의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것과는 달리, 식물은 호르몬을 만드는 특정 내분비기관이 없으며 알려진 호르몬의 구조와 종류도 비교적 단순하다. 식물은 잎과 뿌리, 꽃과 과일, 끝눈, 씨앗의 배, 마디 등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5가지의 주요 호르몬인 옥신, 시토키닌, 지베렐린, 앱시스산, 에틸렌의 균형을 통해 전체 식물의 생장과 발생을 조절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체내에는 호르몬 외에도 다양한 생장조절물질이 있어서, 호르몬과 함께 식물의 활동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을 도와준다. 앞으로 더 많은 화학물질이 발견됨에 따라 창밖에 자라는 식물의 감추어진 비밀을 풀고 이를 농업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슐린의 발견이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듯이, 식물호르몬에 대한 지식이 현대 농업에 직접적으로 이용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토마토 등 시설재배 과실에 이용되는 착과제는 지베렐린이라는 호르몬제제이다. 지베렐린은 착과와 결실을 높이는데 이용할 수 있으며, 씨앗의 발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므로 종자의 발아촉진제로도 이용된다. 기체 상태의 식물호르몬인 에틸렌은 과실이 탐스럽게 잘 익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에틸렌의 발생을 억제하면 과일의 연화와 노화를 억제하여 오랫동안 싱싱하게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 처리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에틸렌을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앱시스산은 가뭄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식물이 잘 견디면서 자라게 해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또한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씨앗이나 새싹의 휴면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앱시스산은 작물의 재해저항성을 증진시키는 기술 개발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천연 혹은 합성 식물호르몬, 호르몬 발생제, 호르몬 작용 억제제는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거나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주고, 생산성을 증진시키며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수확 후 저장기간을 연장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미 농업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5가지 식물호르몬간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고, 식물생장발달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작용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르몬 제제의 사용시기와 농도에 따라서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합성화학물질의 지나친 사용이 자연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위해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농업생명공학의 발달은 식물체 내에서 호르몬 합성경로와 유전자 및 작용기작을 밝히고 새로운 식물생장조절물질을 찾아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식물호르몬의 농업 적용 가능성을 넓히고,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농업에 이용할 수 있는 미래를 앞당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윤인선
작성일:2010-07-20 13:36:10 152.99.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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