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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양면성

닉네임
구본성
등록일
2010-08-11 17:09:59
조회수
6138
우리는 가끔 영화나 TV를 통해서 새롭게 창궐하는 외계 병원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 줄거리를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신종 병원성 미생물이 나타나게 되고 이 신종 병원균에 대한 면역성이 없는 지구의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미생물에 의한 일련의 이야기들은 비단 영화나 TV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간은 병원성 미생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14세기 초반 유럽인구 절반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던 흑사병의 원인이 페스트라는 병원 미생물이었고 19세기 중반에는 아일랜드가 식물 역병균의 감염으로 주 식량원이던 감자 생산량이 급감하여 100만 명 이상이 굶주려 죽었다. 또한, 출산 중이나 출산 직후의 임산부가 미생물에 의한 감염 때문에 사망한 경우가 25%까지에 달했다. 그러나 1928년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를 개발하면서부터 이때까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극복 불가능했던 질병들의 치료가 비로소 가능해졌으나 이것은 병원균과의 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미생물들이 그들의 생존 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원성 미생물의 출현과 에이즈 바이러스와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및 올겨울 내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위험한 병원성 미생물들과 전쟁을 하며 일생을 같이해야만 한다. 그러나 몇몇 병원성 미생물의 해악이 너무 부각되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대다수 미생물이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이 태양광선을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인 광합성을 발전시켜왔다고 알려졌지만, 최초로 광합성의 부산물로 산소를 처음 생산한 것은 남조류란 일종인 원시 미생물이었다. 그 후 35억 년에 걸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미생물들은 현재의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번성하고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현재에는 지구의 물질순환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더 가까운 예로 우리는 미생물을 김치, 치즈, 빵, 맥주 같은 식품의 생산에는 물론이고 생활하수 및 산업폐기물 정화 등에도 이용한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대하는 김치나 전통 장류에는 수백만͂~수억 마리의 유익한 미생물들이 존재하며 우리의 조상이 즐겨 마셨던 막걸리나 전통주에도 몸에 유익한 발효미생물이 많이 존재한다. 이처럼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들은 비타민 B6나 B12 등 인간이 만들지 못하는 미량 영양성분의 합성, 장내 감염예방 및 면역기능 개선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60조~100 조개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몸속에는 이것의 10배가 넘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정상균총이라고 부르는 이 미생물의 대부분은 인간이 다른 병원균들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생물들은 수천 미터 이상의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흰개미의 소화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태계에 퍼져 있으나 육안으로 볼 수 없어서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실제로 미생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계의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오늘날의 지구생태계 형성에 큰 역할을 수행하였고 현재에도 지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생물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미생물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일 미생물이 없었다면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장 구본성
작성일:2010-08-11 17:09:59 152.99.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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