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는 영국에서는 말이 먹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맛없는 곡식이라는 뜻에서 생긴 속담일 텐데, 최근 식생활의 변화로 만성질환이 늘어난 현대에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가 됐다.


귀리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유일한 곡물로 단백질과 지질, 불포화지방산,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군과 E, 무기질 등 다량의 영양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등 기능성분이 풍부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귀리의 특이 성분인 아베난쓰라마이드류(AVAs)의 항염증과 혈압 조절 효과, 귀리 호분층에 다량 함유된 토코트리에놀(비타민 E 구성 성분)의 항산화 활성 등이 밝혀졌으며, FDA는 귀리에 함유된 수용성 식이섬유‘베타글루칸(β-glucan)’의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에 기반해‘건강 강조 표시’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귀리의 다양한 효능 중 요새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면역력’과 연관된 항염증 활성이다. 우리 몸에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이를 탐지하고 잡아먹는 식균작용을 하며 이 과정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통틀어‘염증반응’이라고 한다. 초기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인자들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돼 적절한 조절 기능이 중요하다.


특히 비만 상태에서는 지방의 과다 축적을 자극으로 인지해 면역세포 중 대식세포가 지방조직으로 몰려들어 염증을 유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이것이 지속되면 저수준의 만성 염증 상태가 되기 때문에 비만 관리와 함께 항염증 식재료를 꾸준히 먹어 면역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세포실험으로 귀리의 염증반응 억제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세척 후 물에 담갔다가 호화시킨 귀리를 자극물질(LPS)을 가한 대식세포에 처리한 결과, 염증반응의 최종 산물인 산화질소(NO)와 프로스타글란딘(PG) 생성량이 귀리를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각각 28%, 3% 줄었다.

또한, 염증반응 시 산화질소를 합성하는 효소(iNOS)와 프로스타글란딘 전환을 촉진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귀리를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각각 19%, 22% 낮게 나타나 호화된 귀리가 항염증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최근 귀리를 이용한 다이어트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비만 개선과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 억제 효능도 평가했다. 귀리, 보리 등 곡류에 함유된 천연 물질‘아젤라산’은 염증성 피부질환 억제, 중성지질 가수분해 촉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방세포를 분화시킨 후 대식세포를 함께 배양해 비만·염증 상태를 조성하고 아젤라산을 처리해 염증 억제 활성을 확인했다. 


비만으로 40배 이상 높은 산화질소 생성량을 보인 세포는 아젤라산을 처리한 후 1/4 수준으로 산화질소 생성량이 감소했고, 염증반응 시 산화질소를 합성하는 효소(iNOS)는 35% 낮아졌다. 즉, 귀리는 일반적인 염증뿐만 아니라 비만에 따른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귀리 속 기능성분의 추가 탐색, 비만과 염증 억제 효능 연구로 현대인 식생활과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로‘집콕’시간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고 한다. 앞에서 서술한 대로 살이 찌면 염증이 늘고 면역력은 떨어진다. 코로나19가 물러나는 날까지 매일 먹는 밥에 귀리 한 줌씩 넣어 몸매와 면역력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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