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CPTPP 가입검토, 농업이 ‘반대한다’

 

문대통령 신년사·장관회의 지침 등 CPTPP 후발주자 참여 뚜렷
농민단체, 일제 성명 발표…“농업분야 막대한 피해 외면”

 

 

문재인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무역의날 기념식에 이어 지난 11일 신년사에서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의사를 또 표명했다. 이후 홍남기 부총리는 이와관련된 국내 제도를 속도감있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가입입장을 기정화하고 이미 행정적 업무 추진에 나선 셈이다. 허나 이를 반대하는 농민단체들의 성명이 연이어 발표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농수산물 무역자유화율 88~100% 높은 수준, 전세계 3번째 규모의 경제권을 자랑하는 무역망 CPTPP. 특히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고 ‘회원국 간 국내 규제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일반원칙을 정하는’ 등의 CPTPP 협정문 성격은 ‘포괄적 무역 자유화’를 담고 있다. 농축수산물 수출국들에게 유리한 위치를 제공하기 충분하단 분석이다.

 

“CPTPP, 한국농업엔 안좋다”

지난 11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회원국들과 비공식 협의를 본격화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CPTPP 규범 중 위생검역, 수산보조금, 디지털통상, 국영기업 등 4대 분야에 관한 국내제도 정비를 속도감있게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총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CPTPP에 참여하게 되면 266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CPTPP 가입은 정부도 인정하듯이 업종별로 명암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내논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운송은 95억3천200만달러 경상수지 증가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은 88억6천만달러, 기계분야는 41억8천300만달러 각각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축산·낙농은 경상수지가  29억7천700만달러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이외 농업을 비롯한 1차산업은 37억8천300만달러 감소가 예측됐다.

 

“CPTPP, 농업수출국들의 기대는 크다”

2019년말 CPTPP가 발효되면서 후발주자로 가입여부를 두고 상황파악에 주력하던 우리정부가 CPTPP 회원국들의 반응을 살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조사연구한 ‘CPTPP 발효에 따른 국가별 반응 및 영향’ 자료에 따르면 농축산물을 수출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CPTPP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는 농림·축산업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의 기회가 확대된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보리, 유채유 등에서 시장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분석을 냈다. CPTPP 회원국에 소고기·돼지고기 판매량을 매년 최소 5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4천218억8천만원 상당)씩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멕시코는 CPTPP를 통해 농축산물, 특히 감귤, 육류 등의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베트남은 기존 5~10%였던 농림수산물의 관세가 철폐돼 과일·채소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특히 망고, 용과 등의 열대과일 수출 잠재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호주는 CPTPP가 농수산물 수출 중 43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관세 철폐를 가능하게 한다고 봤다. 또 21억달러 규모의 일부 농수산 품목에 대한 새로운 쿼터 및 관세 인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뉴질랜드는 낙농업분야의 수출확대 효과를 기대했다. 키위는 CPTPP 회원국 무관세 힘을 받아 3천만 뉴질랜드달러 정도 예측했다. 육류 수출분야는 호주의 FTA 협정관세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업체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PTPP 재가입 여부를 남겨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소고기와 돼지고기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트럼프행정부가 과거 TPP를 추진하면서 일본과 양자협상을 벌일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 시장 개방·비관세 장벽완화 양허 등을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PTPP 협정문, “개방 문턱 없애라” 암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 CPTPP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협정문에 담긴 회원국간의 형평성을 이유로 ‘농산물 양허제외를 불허한다’는 주장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농민단체들이 우려하는 쌀 등 민감품목의 시장개방 압력에 시달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특히 협정문에 게재된 양허방식은 한 회원국이 10개의 상대 회원국에게 동일한 양허를 주는 공통 양허가 대부분이고, 나라별 일부 민감품목에 대해서만 국별 양허가 이뤄져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기존 회원국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민감품목의 양허 수준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각 회원국의 SPS(위생 및 식물위생조치) 조치는‘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 정부입장에서 SPS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정부간 협력채널을 개통해서‘기술협의’메커니즘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나 기존처럼 비관세장벽 기능으로 검역위생을 통해 자국내 농산물시장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역을 거부하거나 문제점을 적발했을 경우 과학적 근거에 의해 수출국에 설명해줘야 한다.

수출국 주도의 규범이다. 수입품으로 인한 자국내 동일산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동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서도 수출국에게 진행과정의 투명성, 적법 절차 등을 설명해야 한다. 

 

 CPTPP협정문, “농협이나 aT 수출입사업 지원 못한다”

협정문에는 국영기업이나 지정독점이 상업활동을 할 때, 정부가 국내외 기업과 차별을 둬 국영기업을 지원할 수 없는 조항을 달았다. 가령 농협유통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출에 나섰다는 사실이 포착됐을 경우 CPTPP 회원국들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이로인해 자국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졌고, 피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게 되면 이후 정부 지원이 중단되는 것이다.

국영기업과 지정독점은, 대부분 영세규모인 국내 농축산물 수출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을 끊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회원국이 국영기업을 통해 공공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유연성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을 저지하려는 수출국이 분쟁해결절차까지 밟을 경우 공공정책의 개념이 모호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PTPP 협정문은 ‘수출 무역촉진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의 내용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수출국에서 해충·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수입국 입장에서 기존 나라별로 검역 제재조치를 해왔으나, ‘지역화’개념으로 바꿨다. CPTPP는 이를 더욱 좁혀 ‘구획화’개념을 담고 있다.

수출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지역이 같더라도, 발생 농장이 다르면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동등성’조항도 존재한다. 수출하는 나라에서 수입국과 동일한 수준의 위생·검역 조치를 취했다고 증명서를 발급하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와관련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담당자는 “앞으로 FTA 규정은 수출국에 과학적 근거를 대지 않고는 검역을 제한하거나 수입금지를 통보할 수 없게 변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명확하게 CPTPP 가입여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검역을 담당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전문직원을 충원하고, 시설을 보강하는 등 모든 검역업무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능력을 갖추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농민단체,“CPTPP 가입검토 중단이 답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등 16개 농민조직이 연대한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은 11일 성명을 내고, “2015년 당시 한국이 TPP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미국은 암묵적으로 쌀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CPTPP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하게 되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농산물 추가개방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인한 막대한 피해는 명약관화하다”고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같은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RCEP 서명 이후 영향평가와 국내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조차 없이 또 다른 메가 FTA 가입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실망스럽다”면서 “농업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문재인정부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에 다시 한번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30개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한국농축산연합회 또한 12일 반대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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