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구입하는 사람에 대해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농업진흥지역을 주말농장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농지관리 개선방안이 최근 나왔다. 하지만 ‘LH 땅투기 사건’에 대한 사후 관리에 급급한 것일 뿐, 농업기반 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게 시민사회단체·농민단체 등의 지적이다. 농민이 아닌 사람의 농지 취득 자체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한 농지법 독소조항을 모두 고쳐야 한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법률인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부동산신고법·거래법, 농지법 등을 고쳐, 투기 적발과 예방 대책 등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게 발표내용 골자다. 이에 덧붙여 농식품부는 농지법 개정 중심의 세부대책을 내놨다. 농지투기 억제를 위해 취득절차 및 사후관리, 불법 농지취득에 대한 벌칙 강화, 부당이득 환수 방안 등이다.


그런데, 이같은 농지 투기 방지 대책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데다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는 차명거래 문제는 언급조차 없는 등‘껍데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농지관리 개선방안이 어떤 이견과 맞닿아있는지 정리한다.

 

 

농식품부, 부당이수 환수제 도입 등 농지관리 개선방안 발표


농민·시민사회단체, “‘누더기’ 농지법, 개정 순서‘거꾸로’ 돌려야”

 

 

정부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확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해당부처 장관 합동 명의로 이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농지법 개정관련 대책안을 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확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해당부처 장관 합동 명의로 이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농지법 개정관련 대책안을 냈다.

 

“주말농장용 뿐 아니라 모든 농지, 취득 막아라”=농식품부는 투기우려농지 등에 대한 차별화된 사전·사후 관리체계를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내 농지 취득을 제한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농지법을 개정하면서 이들 목적의 농지소유를 허용한 것으로, 이를 진흥지역에서는 취득을 일부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농민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산수단으로써의 농지를 보전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흥지역 뿐 아니라,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 규정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그간 주말농장 명목의 농지 취득은 기획부동산업자들의 ‘쪼개기 농지투기’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주말·체험 영농을 위해서는 농지은행의 임대차 형식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논리다.


현재 주말·체험 영농을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1천㎡(300평규모) 미만 농지에 대해서는 전면 실태조사 후 자가경작이 아닐 경우 처분명령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비농업인 90% 출자‘무늬만’농업회사법인, 설립부터 막아라”=농식품부는 농업법인 설립 당시 심사를 통해 부동산업 목적의 법인 설립을 차단할 수 있도록 농업법인‘사전신고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의무조항을 둬서 1년이상 운영이 안되고 있거나, 시정명령 3회 이상 미이행시 농지를 추가 취득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들 법인이 농지를 이용해 목적 외 사업인 부동산업 또는 임대업을 영위한 경우 해당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부동산개발이나 공급업을 했을 경우, 해당 농지의 양도 차액 범위내에서 부과하고, 임대업일 경우 해당 농지 임대를 통한 임대료 범위내에서 부과한다는 내용의 제도이다. 


그러나 이 또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들은, 과징금 상향조정만으로는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설립 요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농업회사법인제도는 농업경영체의 경쟁력 제고 차원이란 명목으로 2002년, 2005년, 2009년 농지법 개정을 통해 모든 형태의 농업회사법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외부자본의 농업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은 비농업인의 대대적인 농지 점유 실태를 낳았다.


이를 다시 거꾸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90%까지 가능한 비농업인의 농업회사법인 출자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법인이 아무리 부동산업이나 임대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비농업인으로 구성된 법인의 농지 목적은‘효율화’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게 농민단체의 지적이다. 농업계는 농업회사법인의 대표자 및 업무집행 사원의 비농업인 자격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인 설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지, 농지전용이나 부동산업에 대한 처벌규정만 만지작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농업회사법인의 출자자 구성, 운영현황, 농지매매 이력 및 농지 소유 현황 등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농지관리위·농지위 등 심의기구, 요식행위 삼지 마라”=정부는 농지행정 거버넌스 개념의 농지 불법행위 단속‘특별사법경찰제(농지특사경)’와, 농식품부장관 직속‘농지관리위원회’, 지자체별 농지 취득 자격을 심사하는‘농지위원회’등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단독으로 혹은, 중앙정부 일괄 농지의 운영·관리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데는 시민사회단체나 농민단체, 전문가 등 모두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농지 관련 심의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농지위원회는 농식품부 제안대로,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을 위해 마을이나 행정구역 단위로 농지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결론이다. 농지관리위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은“농지관리위는 농지행정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현장에서 드러나는 농지행정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는 정책을 내는게 요점”이라고 강조했다.

 

“농지취득 자격을 좁히는게 아니라, 구별하는 것이다”=농식품부의 농지관리 개선방안 중점은 농지취득자격 신청에 대해 서류를 꼼꼼히 의무화하고, 자격심의 단계를 촘촘히 한다는 것이다.

농업경영계획서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과 영농경력 등을 추가하고, 재직증명서, 농업경영체등록증, 자금조달계획서 등의 증빙서류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시구읍면단위로 구성된 농지위원회를 통해 투기우려지역 농지 취득시 더욱 따지고, 농지와 다른 지역 거주자의 경우, 농지를 여러명이 공유 취득할 경우, 농업법인이 취득할 경우 등을 주로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현장 농민 중심’의 농지위원회를 주문하고 있다. 단체들은 “농지위의 역할 강화와 세분화, 그리고 법적 권한이 보장되는 심의기구가 돼야 투기농지와 가짜농민을 적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지도자중앙회·전농·한농연·경실련 입장=관련 단체들은 일단 농식품부의 농지법 개정 움직임에 기대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농지투기를 뿌리뽑기에는 부족한 대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농식품부의 농지법 개정안은 투기근절이란 구호에 비춰 턱없이 부족한 땜질식 개정안이고, 일부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다”면서 “여러 의견의 결집을 통해 조속한 시일내 입법 청원을 진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또한 31일 성명을 통해 “우선 농지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최소한 1~2년 안에 농지 전체에 대한 소유, 이용실태를 조사해야 하고, 의심받는 농지는 국가각 강제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천명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일 성명을 냈다. 한농연은“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마련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중심으로,‘농지’의 의미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더 나아가 농지원부 및 농업경영체 등록 보완을 통한 직불제 지급 내실화 등 정책 연계를 위한 논의의 범위 확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농지실태조사 실무작업에 직접 나섰던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부총장은 “농지가 투기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고, 현 제도상에서는 농지 잠식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며“제도적 장치 보완이외에도 관련 행정정보의 일원화, 고령농(은퇴농)을 위한 보호장치, 임대차 제도정비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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