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 도입 20년 만에 첫 조사
우유가 유기축산물 대부분 차지
소비자 인지도 낮아, “홍보 절실”

유기축산물 생산농가는 수년째 100호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무항생제축산물 생산농가는 되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축산물 인증제도 도입 후 20년이 흘렀으나 유기축산물이나 무항생제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탓에 생산부문 진작은커녕 후퇴가 이뤄진다는 평이다. 홍보전략 수립과 강화가 절실한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유기축산물의 시장흐름을 파악하고 제도개선을 도모하고자 2001년 인증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조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기축산물은 100% 유기 사료를 공급하고,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등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로서, 인증제도는 2001년에 도입했다.


무항생제축산물은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공급하고,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로서, 인증제는 2007년에 도입했다.

 

 


생산현황과 유통현황

조사결과 2019년 유기축산물 생산 농가 수는 106호로, 소폭 증가했을 뿐 수년째 100호 수준에서 멈춰있다. 2014년, 2015년 각각 97호, 98호였으며 2016년 101호 이후 105호, 101호, 106호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기축산물 출하량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014년 1만3천863톤에 견주면 2015년 2만7천519톤, 2017년 3만8천671톤, 2019년 4만5천858톤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연평균 27% 증가다. 농가당 출하량이 2014년 143톤에서 2019년 433톤으로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품목별 출하량을 보면, 우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유기축산물의 97.8%가 우유였다. 달걀, 닭고기 등은 증가하는 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등급 판정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등 일반 우유의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유기 우유의 출하량은 연평균 28.1%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만큼 유기 우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무항생제축산물 생산농가는 2019년 기준 6천87호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8천178호에 견주면 25% 이상 줄었다. 무항생제축산물 출하량은 2017년‘살충제 계란’사건 이후 감소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인다.


품목별 출하량의 경우 최근 5년간 닭고기는 연 9.8%, 돼지고기는 연 8.0%, 오리고기는 연 19.2%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소고기와 계란은 2017년 파동 이후 사육환경 검사기준 강화 등으로 출하량이 줄었다가 2019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시장규모는 약 1조66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학교급식이 4천800억 원으로 45.0% 비중을 차지하고, 소매유통업체 4천459억 원(41.8%), 온라인 유통 1천400억 원(13.2%) 순으로 나타났다.


소매유통업체의 매출액 비중은 아이쿱·한살림 등 생협이 전체의 35.6%, GS더프레시·롯데슈퍼 등 슈퍼마켓이 23.6%, 초록마을·올가홀푸드 등 친환경판매전문점이 17.6%, 대형유통점 14.3%, 백화점 4.5%, 농협 4.4% 등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슈퍼마켓이나 대형유통점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생산자·소비자 인식조사

축산농가들이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취득한 이유로는 △환경 및 축산물 안전 고려(유기 29.4%, 무항생제 27.3%)가 가장 많았으며 △인증을 통한 높은 가격 판매가 각각 26.2%, 24.6%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학교급식과 생협 납품 등 안정적 출하처 확보가 각각 24.6%, 21.2%로 나타났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취득한 후 초기비용 부담을 극복하고, 수익이 회복되는 기간은 평균 3.9년으로 추산됐다. 축종별로는 평균 육계 7년, 젖소 4.4년, 소 4.1년, 돼지 3.5년이다. 유기축산물 생산비는 일반에 견줘 20∼70%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항생제 인증 농가의 9.6% 정도가 유기축산물 인증 전환의 뜻을 밝혔으며, 축종별 전환 의사는 오리알 50.0%, 젖소 13.6%, 육계 11.1%, 오리 7.1%, 소 5.6% 순으로 나타났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농가들은 △직불금 등 지원 부족 △사료 등 생산비 증가 △인증절차의 복잡성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소비자 인지도는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에 대해‘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53% 수준이었으며‘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소비자가 4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 빈도의 경우 △주로 일반 축산물을 구매하고 가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71.4%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일반 축산물보다 더 자주 구매(23.5%) △항상 구매(5.1%) 순으로 나타났다.


구매 이유는 응답자의 40.8%가‘건강을 위해’라고 했으며, 다음으로‘안전하기 때문에’(38.1%), ‘환경을 생각해서’(7.2%)라고 답했다. 구매한 후 87.8%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11.7%는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농가지원 확대, 홍보 필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품목별 생산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체 생산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기축산물은 우유, 무항생제축산물은 달걀과 닭고기 등 특정 품목에만 편중한 상황이므로 품목별, 축종별 생산 여건과 애로사항을 분석해 생산기반 확충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불금 등 지원 확대, 인증절차 간소화 등을 요구하는 농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슈퍼마켓이나 마트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생협과 친환경 농축산물 전문판매점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으나 품목별 특성에 맞춰 최적의 유통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의 경우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수준인 만큼 소비자가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가치를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연령대별로 차별화한 홍보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정경석 축산환경자원과장은“조사결과를 토대로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를 활성화를 모색할 계획”이라며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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