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지난 2009년부터 최고 수준의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이하 농업기술명인)’ 선정은 농업인의 자긍심 향상과 미래농업인재에게 귀감이 되는 농업인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되면 상금 5백만원과 인증패가 수여되며 본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민국 최농업기술명인’ 상징표를 부착할 수 있다. 농업기술명인 신청대상은 전체 영농 경력 20년 이상인 농업인 가운데 식량·채소·과수·화훼·특작·축산 등 5개 분야로 나눠 선정된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대한민국 농업기술명인을 찾아서’를 연중으로 기획 연재코자 한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 자리잡은 ‘또나따목장(대표 양의주)’은 특별하다. 동물복지를 실현해 젖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데 세심한 관심을 쏟는 것도 모자라 최고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고가의 로봇착유기를 국내 최초로 설치했다.


농장명도 특이하다.‘송아지를 또 낳고 또 낳는다’고 해서‘또나따목장’이다. 처음엔 또나따 목장이라고 간판을 내걸었더니‘장난하냐’는 따끔한 눈초리만 받았다. 최근 들어서 특색있는 농장명이라는 칭찬과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그간 속앓이를 표현하자면 끝도 없다. 양의주 대표가 꿈꾸는 또나따목장은‘대한민국 최고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선물받은 송아지로 젖소와 연을 맺다

지난 1989년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하던 그날 양의주 대표는 뜻밖에 선물을 받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에게 젖소 송아지 한 마리를 졸업 선물로 받은 것이다.‘큰 젖소 목장 경영’을 꿈꾸던 양 대표에게 송아지 한 마리는 그를 젖소 세상으로 푹 빠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부모님의 지원도 한몫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농촌을 떠나 번듯한 직장에 다니기를 기대하지만 양 대표의 부모님은 특별했다. 아들이 젖소 목장을 꾸리겠다고 나서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양 대표의 젖소 목장은 짧은 기간에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은 양 대표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낙농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탓에 성장통을 심하게 앓았던 것이다. 때문에 양 대표는 무엇이든지 배워야 했다. 국내든 해외든 낙농과 관련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또나따목장’이 가야할 길을 찾게 됐다. 지난 2006년 선진낙농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양 대표는 네덜란드 낙농산업을 견학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네덜란드 목장에서 도통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은 매일 우유를 짜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실정인데 비해 한가롭고 여유가 넘치는 네덜란드 목장은 부러움을 넘어 반드시 배워야겠다는 독기를 품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결을 찾았다. 우유 생산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어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의 로봇착유기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내최초 로봇착유기 도입

한국으로 돌아온 양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거금 6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로봇착유기를 설치했다. 매일 생산된 우유를 유업체에 납유하는 시스템으로는 큰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과도한 투자비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양 대표가 로봇착유기를 선택한데는 그저 그런 목장을 꾸리기보다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고 동물복지를 실현해 최고 품질의 우유를 생산해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로봇착유기는 또나따목장의 많은 변화를 불렀다. 무엇보다 착유 시간이 되면 의무적으로 착유하던 관습에서 탈피해 젖소가 가장 편한 시간대에 자유롭게 착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됐다.


또나따목장 로봇착유기는 젖소가 착유를 위해 정해진 구간에 들어오면 유두와 유방을 세척하고 레이저를 쏘아 젖의 상태를 빠른 속도로 파악해 데이터로 전송한다. 4개의 유방에 4개의 착유기가 그날 유방과 유두상태에 따라 각각 강도를 조절해가며 착유하는 것이다. 젖소의 상태를 최대한 배려한 이른바 인공지능시스템이다.


젖소는 착유기 앞에 있다가도 갑자기 착유를 하고 싶지 않다면 칸막이를 언제든지 밀고 나갈 수 있다. 또나따목장의 이러한 변화는 양질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새로운 변화 꿈꾸다

또나따목장은 체험농장, 가공유, 치즈 등 6차 산업까지 접목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2014년에는‘명인’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한해 매출은 17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양 대표는 2018년 새로운 변화를 꽤했다. 또나따목장의 핵심 사업이었던 체험농장, 가공유, 치즈 등 6차 산업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까. 매출은 매년 신장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적인 경영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매년 적자가 지속됐다.


양 대표는 “매출은 증가하는데 따져보면 경영 효율은 높지 않고 현상 유지하는데 급급한 실정이었다”면서 “하나로마트 양재점 등 거래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량은 갈수록 떨어져 어느 순간 경영위기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산보다 50~70% 저렴한 수입 유제품은 또나따목장의 설자리를 좁게 만들었다.


양 대표는 고심 끝에 6차 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1차 산업에 매진하는 변화를 꽤했다. 원유의 품질을 높이는 초심으로 돌아가 그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과정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후유증도 컸다. 20여년간 지속된 투자비, 단골고객, 거래처를 단숨에 포기하는게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또나따목장만을 고집해온 단골 고객들의 원성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부담감이 크다.


양 대표는“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지만 또나따목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모든걸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유 품질 확보와 사육두수를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또나따목장은 대형 유업체와 견준다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양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비싼 수험료로 내봤고 험난한 길도 숱하게 걸어왔다. 지금은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그간 밟아왔던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미래의 또나따목장을 설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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