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과 잦은 ‘소통’ 으로 경쟁력 강화”

대전광역시 노은동 농산물도매시장에 터를 잡고 있는 대전중앙청과(주)는 농업인(출하주)들과 쉼 없는 소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농산물이 제값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 돈독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것.


특히 농산물도매시장은 매년 거래물량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 속에서도 대전중앙청과는 농업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림이 없다. 지난 2007년 대전중앙청과에 첫발을 내딛은 송미나 대표는 현장에서부터 악전고투를 거쳐 대표이사에 올라섰다. 사납고 거칠기로 널리 알려진 도매시장에서 송 대표의 언행과 행보는 거센 기운을 잠재우고도 남는다. 비결은 간단하다. 농업인, 중도매인, 경매사 등 도매시장 구성원들과 소통을 통해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되도록 자주 영농현장을 찾고 있는 송 대표는 여성농업인들이 농산물 유통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미나 대표와 일문일답.

 

산지와 대화가 ‘최우선’… 분쟁 사전 차단
농산물 유통, 여성농업인들의 주도적 역할 기대

 

 

 

■ 대전중앙청과는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전중앙청과는 대전 유성구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있는 도매시장법인입니다. 생산자를 대변해 경매사와 소비지를 대변하는 중도매인들이 전자경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여 빠른 시간내에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의 분산을 원활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1999년 전국 최초로 전 품목 전자경매를 실시했으며 새벽 경매시간에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성훈 장관님께서 직접 방문하셔서 전자경매를 시연하셨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도매시장법인에 가장 중요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킬 수 있었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자부심으로 적정한 농산물의 가격을 유지하고 농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항상 최선을 다하는 도매시장법인이 되고자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 대전중앙청과와의 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도매시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에 처음으로 도매시장에서 야간근무부터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농산물을 가격을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생각하고 일을 추진했다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물론 이론도 중요하지만, 농산물은 예측하기 힘든 날씨와 작황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당황하지 않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대표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무엇입니까? 
저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정가수의매매의 정착과 경매사 양성입니다.
2013년 8월부터 전자경매와 함께 정가수의매매가 가격 결정의 거래원칙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가수의매매 거래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품목별 기간별 산지와 소비지를 잘 연계하여 정착되어가고 있습니다. 정가수의매매가 전자경매를 보완하여 도매시장 내에서 하나의 거래원칙으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떤 기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도매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매사 교육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모든 걸 다 안다는 분위기에서 모든 걸 배우는 분위기로 기업 문화를 바꾸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배운 것을 남들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기꺼이 배우려고 하는 평생 학습자가 되자고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 급변하는 농산물유통시장에서 대전중앙청과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1999년 전국 최초 전자경매 전 품목 실시를 하였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와 우려를 하였으나 지금은 도매시장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주는 가장 근간이 되는 원칙이 되었습니다. 또한, 2001년 오정동 도매시장에서 기존의 모든 권한을 내어놓고 허허벌판이던 노은시장으로 이전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2013년에는 도매시장 내에 최초로 전처리시설을 설치하여 도매유통의 혁신을 도모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전히 노은시장이 종합도매시장으로써의 축산 부분의 구색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고 전처리 사업은 도매시장 안에서의 규제로 인해 멈추어 있는 상황이지만 저희는 이러한 도전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성공은 마지막이 아니며 실패는 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우직하게 30여 년을 도매시장법인으로써 지내온 대전중앙청과의 발걸음입니다. 

 

■ 대전중앙청과를 잘 이끌고 가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겠지만, 농업인들이나 출하주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이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전에 책에서‘언령’즉, 말에는 영적인 힘, 즉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가끔‘언시’라는 말을 직원들과 합니다. 즉, 말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요. 대화나 만남을 뒤로 미루지 않습니다. 오늘 30분의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 내일이 되면 세 시간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임직원들은 그때그때 산지와의 대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깁니다. 다만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이 계속되면서 예전보다 산지와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 정부에서 온라인거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대전중앙청과는 온라인거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며, 추진 계획은 있으신지요?
온라인 거래가 지금 현재 우리가 현장에서 하고 있는 농산물 경매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면 이는 시스템적으로 기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매 시 현장을 생생히 옮겨 놓은 상황, 즉 채소의 경우 신선도, 과일의 경우 맛과 상태의 선명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실재와 차이가 큽니다.

이러한 점들이 보완되고 기술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추가된다면 앞으로 농산물 경매는 현장에서 경매되는 농산물과 온라인상에서 경매되는 시장이 상호 보완되는 ‘윈윈’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온라인 거래가 지금 정가수의매매가 좀 더 발전된 형태인 전자거래까지 확대된다면 농산물 도매 물류의 흐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도매시장법인도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도매시장으로 출하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도매시장에 출하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출하 전부터 산지와 소비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출하의 적정한 시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도매시장에 도착 후에는 가장 먼저 진행되는 하역과정에서 정확한 선별과 경매 이후까지 상품성 유지를 위한 관리 역시 중요합니다.

또한, 각 도매시장마다 중도매인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경매사와 꾸준한 대화를 하면서 도매시장별 맞춤형 출하가 진행된다면 시장에서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한번 신뢰가 형성된다면 중도매인들이 지속해서 찾게 되고 농산물은 제값을 받게 됩니다. 

 

■ 요즘의 여성농업인들은 권익신장과 함께 그 역할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산지에서도 여성분들이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의 변동이나 마케팅도 여성 출하주 분들이 점점 더 주도적으로 관여를 하고 계십니다. 누구보다도 농업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여성농업인들을 보면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나 주변에 이유 없는 죄책감 같은 것들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은 부모님에 대해서건 자녀에 대해서건 남편에 대해서건 늘 미안해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나다운 삶을 살려면 나의 욕구나 목표에 충실히 하는 자세가 상당히 필요한데 이것도 만족시키고 저것도 만족시키는 선택을 하려고 너무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포기해도 괜찮다는 선택의 기준을 세우고 그래서 실수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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