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얻는 식량과 섬유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에 문화와 예술 등을 포함한 풍요로운 삶이란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직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생존경쟁만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리고 흙의 고마움을 새삼 알 것 같다. 그러나 공기나 물 등의 자연재(自然財)가 다 그렇듯이 우리들은 흙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구상의 기후조건이 다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흙이 생기게 된다. 이 다양한 흙의 성질에 적응하여 온 결과가 오늘날의 생물다양성이고, 민족성이다. 즉, 흙은 생물진화의 원천인 셈이며 생명의 모태라고 볼 수 있다.
도시지역의 농업관련기관들 및 농업인들이 실시하고 있는 주말농장식 텃밭 가꾸기는 고향 없는 신세대들에게 고향의 추억을 심어주고, 흙의 진리를 터득케 하며 나아가서는 국토사랑의 싹을 심는 일이라 생각하니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기질인 명석한 두뇌와 건강체질, 근면과 끈기 등, 이 모든 것이 이 땅의 흙이 준 선물이다. 지구촌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교포들이 고향의 흙 한줌을 간직하고자 하는 지혜와, 최근에야 얻은 고향 흙 한줌을 보물같이 어루만지는 실향민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